온플법 수정안도 중복규제 우려.. 업계 "독소조항 여전히 많다"

윤선영 2021. 11. 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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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대상 축소에도 부작용 남아
방통위·공정위에 과기부도 관여
산업 특성 고려없이 탄생 '당혹'
<표> 방송통신위원회의 '온라인플랫폼이용자보호법'과 기존 법률의 중복 규제 이슈

정부·여당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중복 규제,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의 반발에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는 일단 불발됐지만, 관련 업계 누구도 원치않는 희대의 규제 법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29일 정치권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두 개의 온플법을 조율해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은 공정위가 규제 대상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당초 공정위는 매출액 100억원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 플랫폼을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으나 수정안에서는 중개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인 플랫폼으로 대상을 좁혔다. 이를 토대로 하면 법 적용 대상 플랫폼 수는 기존 30개에서 18개로 줄어든다. 이들과 거래하는 입점 업체 수 역시 180만개에서 170만개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온플법 수정안에도 빈틈과 독소조항이 많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규제 대상 범위는 좁혀졌지만 규제 부담 증대에 따라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과 영세 상인들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가 발표한 개정안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를 보면, 온플법이 시행될 경우 온라인 플랫폼의 매출 감소로 인해 1조4000억원~2조8000억원의 총 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만7000명~3만3000명에 이르는 취업 유발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온플법 수정안은 방통위와 공정위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협의 대상으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야당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와 공정위의 주도권 싸움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3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표준 계약서 작성만 살펴봐도 플랫폼 사업자는 방통위와 공정위가 각각 마련한 표준 계약서 기준에 맞춰 총 2개의 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

온플법과 중복되는 내용의 법률이 이미 다수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는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포함해 약관규제법, 대규모유통업법, 표시광고법, 개인정보보호법, 전자상거래법 등 플랫폼 기업이 직면한 법률만 3000개 이상 작동 중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무수히 많은 법들이 플랫폼에서의 공정거래 확보와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명분으로 겹겹이 쳐진 상황"이라며 "하나의 플랫폼을 여러 부처가 중복으로 규제할 경우, 국내 IT 산업 발전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퇴행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온플법이 산업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않은 채 탄생했다는 부분에서 당혹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영업기밀 침해 부분이다. 방통위안은 플랫폼의 검색 결과, 추천 노출 방식·순서를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플랫폼별 알고리즘은 IT 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개발한 자산으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영업 기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게다가 알고리즘을 명확하게 공개할수록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어뷰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은 사용자 반응이 즉각적이며 입점 업체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분야적 특징이 있다"며 "하지만 규제 법안들은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채 플랫폼의 노출 방식·순서·기준부터 판매대금 정산 방식, 수수료 등 다양한 비즈니스적 요소들을 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할 것을 강제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규제 당국의 테두리에 있는 국내 사업자들은 변화에 치밀하게 반응하기 어렵고 해외 기업들에 대한 규제 실효성은 떨어져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지고 말 것"이라며 "혁신을 저해하지 않고 최소 규제를 가져가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무더기 법안 입법 강행으로 퇴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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