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금융자문 5년 만에 '전기 플랫폼 기업' 일궜죠"

김정수 2021. 11. 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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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솔라커넥트 이영호 대표
김영호 솔라커넥트 대표. 김정수 선임기자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쓰는 것을 목표로 한 아르이(RE)100 캠페인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캠페인은 2014년 시작돼 올해로 8년째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참여는 아직 저조하다. 지난해 에스케이그룹 계열사 6곳이 참여 선언을 한 것이 처음이다. 참여가 늦은 것은 제도 미비 탓도 크다. 직접 만들어 쓰지 않는 한 사서 써야 하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 사용자가 재생에너지 전기만 따로 사 쓸 방법이 없었다. 한국전력을 통하지 않고 전기 사용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해 전기를 파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은 지난달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고야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국내에서 처음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로 등록한 업체가 나왔다. 에너지 플랫폼 스타트업인 솔라커넥트다. 이 업체 이영호(40) 대표를 지난 25일 서울 서초 강남빌딩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솔라커넥트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자 말고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또 다른 최초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글로벌 환경경영인증기관인 영국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의 재생에너지 공급자 인증을 받은 것도 이 회사가 처음이다.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며 지난해에는 이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미래 유니콘’ 기업으로 뽑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술혁신형 에너지 강소기업’에도 뽑혔다.

솔라커넥트는 2016년 9월 이 대표를 포함한 창립 멤버 4명으로 출발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해 9년간 자원개발과 에너지 관련 대체투자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특히 퇴사하기 3~4년 전에는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일이 많았다. 대학에서 전기를 공부하며 갖게 된 전력시장에 대한 관심이 창업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증권사에서 투자 업무를 하기 위해 전력시장 메커니즘을 계속 모니터링했었는데, 창업 1~2년 전부터 전력 중개나 피피에이를 위한 움직임들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이런 세상이 왔을 때 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전기를 만드는 쪽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대표가 설명하는 솔라커넥트 창업 배경이다.

솔라커넥트가 주목한 태양광 발전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다. 한국에너지공단 집계를 보면 2017년까지 약 5.8기가와트(GW)였던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는 2년 만인 2019년 11.8GW로 두 배 늘었고, 올해 상반기까지 이미 18GW에 도달했다. 이 발전설비의 80%가량은 설비용량 100킬로와트(kW) 미만의 소규모 발전 사업자들이다.

발전소들이 생산하는 전기를 사는 한국전력은 기존 대형 발전소들에 대해서는 발전기를 가동하지 않고 발전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설비용량에 따른 용량요금을 지불한다. 전력 수요 변동에 대비해 예비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다.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은 예외다. 태양광 전기는 밤에는 생산되지 않고 날씨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력망의 안정을 저해하는 간헐성 에너지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량을 좌우하는 기상 변화 등에 따른 예측의 정확도만 높아지면 수많은 작은 발전설비로 구성된 태양광발전소 집단이 불시의 사고 한 번에 멈춰 설 수도 있는 대형 발전소보다 더 예측성 높은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그는 “작은 태양광발전소들을 많이 모아 큰 발전소처럼 발전량 예측을 할 수 있으면 발전 패턴은 불규칙해도 예비율에 편입할 수 있다”며 “솔라커넥트와 같은 플랫폼 회사들에 (전력당국이) 이런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 파는 1호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 증권사 재직 때 전기사업에 관심 전국 태양광 설비 용량 10% 연결

“소형 태양광 발전소 묶는 노력 기후변화 대응 도움 된다고 생각”

이 회사의 수익 모델은 전국에 흩어진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다. 발전 운영에 필요한 정보, 운영관리 서비스 등을 매개로 이들을 묶어 피피에이, 가상발전소와 같은 연계 서비스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흩어져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통합해 거대한 가상발전소로 만드는 것은 사업자들에게는 새로운 이익을 창출해주고 정부에는 전력 계통 운영 비용을 줄여 주는 효과를 낸다.

이렇게 작은 발전소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솔라커넥트가 만든 것이 ‘발전왕’이다. 발전왕 앱에서 발전사업자들은 자기 발전소는 물론 주변 발전소들의 평균·최고 발전량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에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9189개 발전소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총 설비용량은 1.8GW로, 전국 태양광 설비용량의 약 10%에 해당한다.

증권사에서 일한 이 대표의 경험을 살려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금융자문 서비스 제공에서 출발한 사업은 이제 사업성 검토에서부터 시공 관리, 운영 관리, 재생에너지 판매, 소규모 전력 중개, 아르이100 지원 등 에너지 신사업까지 아우른다. 애초 목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전 과정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 비즈니스 플랫폼 기업으로 다가간 것이다.

직원 4명이던 회사는 5년 만에 130명 가까운 직원이 에너지 신사업의 꿈을 키우는 직장이 됐다. 이런 성과는 최근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두고 정치권과 산업계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 대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바뀌는 전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은 전통적인 회사들보다 우리 같은 회사들이 잘할 수 있다”며 “그것이 또 기후변화를 막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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