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난 새벽 그를 도와줄 사람 없었다.. '응급안심서비스' 있었다면

구현모 2021. 11. 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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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났다고 문을 수도 없이 두드렸는데."

복지부 관계자는 "매년 설치 가구를 10만개씩 늘리고 있다. 앞으로 최소 30만가구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며 "서울의 사업 미시행 자치구 6곳도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하고, 중증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재난 취약계층들이 안전한 시스템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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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인명사고에 확대 목소리
집안에 응급호출기·감지기 달아
낙상 등 사고 때 119 연계 대응
재난 취약계층 13만가구에 지원
지자체 신청 때 시행.. 의무 아냐
독거 장애인 화재 참변 관악구 등
서울에만 6개구 서비스 도입 안돼
복지부 "지원 지역·대상 확대할 것"
“불이 났다고 문을 수도 없이 두드렸는데….”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의 한 다세대주택. 집주인 A씨는 같은 날 새벽 화재로 사망한 지체장애인 홍모(68)씨를 떠올리다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오전 2시30분쯤 자신의 집 안으로 스며든 연기에 잠에서 깬 A씨는 이웃집을 돌며 주민들을 깨웠다. 불은 홍씨 집에서 시작됐으나, 평소 거동이 불편해 전동휠체어를 타던 홍씨는 차마 빠져나오지 못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주인을 잃은 전동휠체어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홍씨는 3년 전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이곳에서 지냈다.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3번 홍씨의 집을 방문해 집안일을 돕긴 했지만, 불이 난 새벽에는 그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이웃의 또 다른 주민은 “고인은 평소 전동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을 거의 못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혼자 빨리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홍씨처럼 홀로 지내는 장애인이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 화재 등의 안전사고로 집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도움을 청하거나 집에서 나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2008년부터 장애인이나 노인 1인 가구의 집에 응급호출기·감지기 등을 설치하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화재나 건강상 응급상황 발생 시 집 안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방서 등과 연계해 곧장 출동 등이 이뤄지는 서비스로, 지난달 기준 12만9000여가구에 설치됐다. 29일 복지부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통한 응급신고는 2018년 9223건에서 지난해 1만611건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10월29일까지 1만3881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홍씨가 거주 중인 관악구는 해당 서비스 시행 지역이 아니었다. 서비스가 시행되려면 지자체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6곳(관악·서대문·중랑·동작·금천·중구)에서는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만일 홍씨가 서비스 수혜자여서 빠른 119신고와 대피가 가능했다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월에도 사업 미시행 지역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혼자 지내던 지적장애인 김모(53)씨가 사망했다. 동작구는 “대상자가 많지 않아 사업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방 역시 예산 등에 따라 사업이 시행되지 않는 곳이 많다.

실제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인명피해를 막았던 사례도 있다.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는 낙상사고로 장시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노인을 센서가 감지한 뒤 응급관리요원이 가정에 방문해 생명을 건진 일이 있었다. 지난 8월에도 수시간 동안 활동이 감지되지 않은 노인의 집에 응급관리요원이 방문해 저혈당 쇼크로 쓰러진 노인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국장은 “장애인은 재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지만 현재 서비스가 너무 부족하다”며 “지자체가 안전사고에 취약한 장애인이 얼마나 있는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매년 설치 가구를 10만개씩 늘리고 있다. 앞으로 최소 30만가구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라며 “서울의 사업 미시행 자치구 6곳도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하고, 중증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재난 취약계층들이 안전한 시스템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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