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못 쏴서 도망쳤나?".. '총기사용 등 면책' 입법 무리한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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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협하는 흉기 앞에서 뒷걸음질 친 경찰 대응이 연일 비판 받는 가운데, 경찰 무력 사용에 따른 책임을 폭넓게 감면하는 내용의 입법이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경찰청장까지 고개를 숙였던 경찰 역시 훈련 부족 등 근본 원인보다는 마치 면책규정이 없어 범인 제압을 못했다는 식으로 거들고 나섰다.
권총 등 인명 살상기구를 사용하는 경찰과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관의 민형사상 면책규정을 비교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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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불때고 국회가 부채질..시민단체 "우려"
시민을 위협하는 흉기 앞에서 뒷걸음질 친 경찰 대응이 연일 비판 받는 가운데, 경찰 무력 사용에 따른 책임을 폭넓게 감면하는 내용의 입법이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경찰청장까지 고개를 숙였던 경찰 역시 훈련 부족 등 근본 원인보다는 마치 면책규정이 없어 범인 제압을 못했다는 식으로 거들고 나섰다. 시민단체 등에선 ‘경찰이 총을 못 쏴서 도망쳤느냐’며 물리력 남용을 우려했다.
2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서영교)는 전체회의를 열어 현장 경찰의 면책규정을 담은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 핵심은 범죄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일반 시민 등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감경·면제한다는 것이다.
최근 입법 논의 과정을 보면, 시민 사망으로 궁지에 몰린 경찰이 불을 때고 국회가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현장 경찰관이 긴급상황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과 당당한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튿날 행안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때 경찰관들이 면책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찰 쪽 논리를 되풀이했다. 김 청장은 사흘 뒤 시민 사망을 막지 못한 인천 논현경찰서를 찾은 자리에서도 “일선 직원들이 법률 요건만 맞으면 과감하게 장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했다. 흉기 난동 현장에 있던 두 명의 경찰관이 권총과 전기충격기(테이저건)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것이 마치 면책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반면 경찰업무 전문가들은 교육훈련 부족 등을 일차적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경찰 면책특권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 4명 중 국민의힘 김용판, 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경찰 출신이다. 29일 행안위에서 법안이 의결된 뒤 김창룡 경찰청장은 “힘들고 어려울 때 현장 경찰관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개정안”이라고 반겼다.
지금도 경찰의 민·형사상 면책범위는 좁은 편이 아니다. 경찰 중과실이 없다면 직무수행으로 경찰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법무부도 “현행법(형법의 정당행위)으로도 직무상 행위는 면책될 수 있다”는 의견을 행안위에 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무부 의견은 형법 총론상 개념이다. 개별법에 명시적인 면책규정이 있어야 경찰공무원들이 당당하게 법집행을 할 수 있다. 소방기본법에도 면책규정이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 등은 우려를 나타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국회 행안위는 직무를 유기한 경찰을 비판하거나 책임을 묻기는커녕 충분한 사회적 논의없이 인권침해 가능성이 큰 경찰의 숙원 법안만 처리해줬다”며 경직법 개정안 처리 중단을 국회에 요구했다. 경찰청 인권위원인 김원규 변호사도 “현행법상 경찰의 면책규정이 과도하게 보호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법이 미비해 현장에서 경찰의 물리력 대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권총 등 인명 살상기구를 사용하는 경찰과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관의 민형사상 면책규정을 비교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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