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전환.."환자 관리 가능" vs "병상마비 선언" 전문가 평가보니
중환자실 병상 부족과 신규확진자 증가에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 시행을 유보키로 한 정부가 모든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관리의료기관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집에서도 스스로 병을 돌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위한 의료인력이 태부족이어서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모든 확진자의 재택치료 원칙 발표 자체가 현재 병상 상황이 중환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코로나19(COVID-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와 관계부처 논의에서 모든 확진자가 본인의 집에서 머물며 필요한 경우에만 입원치료를 받는 보다 일상적인 의료대응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모든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되, 입원요인이 있거나, 감염에 취약한 주거환경인 경우 등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입원치료를 실시한다는 것. 구체적으로 '입원요인이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 경증 확진자로 재택치료 동의한 자'로 설정된 재택치료 범위를 '모든 코로나 19 확진자'로 확대한다는 것.
이를 위해 재택치료자가 집에서도 안심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관리체계를 강화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이와 관련, 확진 즉시 관리의료기관을 연계해 건강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체온계, 해열제 등 재택치료 키트를 제공하는 한편 재택치료 중 증상 변화가 있거나 재택치료자가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단기·외래진료센터 설치에도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한 의료계 평가는 엇갈렸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지원분과 위원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확진자 재택치료 원칙적 적용은 사실 예견된 부분이었다"며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사실상 집에 머물며 온전한 치료가 병행되는 의미는 아니었는데 관리의료기관 연계를 통해 더 꼼꼼히 관리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말 그대로 모든 확진자의 재택치료 확대라 한다면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현 상황에서 더 올라갈 수 있다"며 "지금도 확진시 위험도가 높은 고령층이 제때 병상을 찾기 힘든데 재택이 기본 원칙으로 짜이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원칙적 재택 선언 자체가 이제 늘어나는 중환자를 병상을 통해 돌볼 여력이 바닥난 신호라는 해석도 나왔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전일 오후 5시 기준 714개 중환자실 병상 중 618개가 사용 중으로 가동률은 86.6%인 상태다. 수도권에서 하루이상 병상을 찾지 못하고 대기중인 환자는 1149명. 이중 478명은 70세 이상은 중 478명이며 671명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기저질환자였다. 가동률 기준으로 80%만 되도 병상 마비 상황이라는 지적은 그동안 의료계에서 꾸준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치료가 되려면 의료진과 1대1 매칭이 돼야 하는데 지금 현장에서는 전혀 구현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결국 재택치료가 치료로서 기능하려면 의료진 매칭이 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의료진 확충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경구용(먹는) 치료제 도입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경구용 치료제의 도입 시기도 연내로 당겨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복지부는 신속 도입을 위해 제약사와 협의를 추진한다고 했다. 온전한 의미의 재택치료를 가능케 할 핵심이 경구용 치료제이기 때문에 병상 부족으로 모든 환자의 재택치료 원칙화가 선언된 현 시점에서 도입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긴급허가 신청이 가장 빠른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효과가 최근 미국 당국으로부터 하향된 만큼 미국에서 긴급 허가가 당장 어려울 가능성도 생겼다"며 "우리가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고 해서 쉽게 결정될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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