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내달 시범서비스..50여개사 격돌

심재훈 2021. 11.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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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사 내달 1일부터 시범서비스 우선 참여..본격 시행은 1월부터
국민은행·카카오페이 등 금융사·핀테크 몰려..금융당국 '특별대책반' 가동
맞춤형 금융서비스 정교화 추진·개인 정보 보호도 강화
금소법에 시장 쪼그라들수도.."빠른 합리적 해결 필요"
금융데이터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내달부터 시범 서비스에 돌입한다.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방식의 혁신 금융 서비스로, 참여 업체들이 구축하는 표준 API망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주고받는 개인 신용정보의 통로로 이용된다.

마이데이터는 내달 시범 서비스를 통해 개선 및 보완을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데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어 미래의 먹을거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금융 규제의 벽이 여전해 신사업인 마이데이터가 초기부터 활성화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뭐길래…사업자만 53개사 뛰어들어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하는 등 자산·신용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린다.

금융 소비자는 일일이 각 금융사의 앱에 들어갈 필요 없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본인 정보를 한눈에 통합 조회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마이데이터 참여 업체들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예를 들어 A은행의 대출 상품 이자 상환 및 대출 만기일부터 B카드사의 대금 상환일, C보험의 여행자 보험 추천, D금융투자사의 펀드 수익률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등록된 마이데이터 사업자만 53개사다.

우선 전통적인 금융사인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업계들이 대거 참여했다.

은행에서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하나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중소기업은행, 대구은행 등이 등록했다.

보험에서는 교보생명·KB손해보험, 금융투자업에서는 미래에셋증권·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여신전문금융업에서는 국민카드·비씨카드·우리카드·신한카드·현대카드·하나카드·현대캐피탈·KB캐피탈이 이름을 올렸다.

저축은행에서는 웰컴저축은행, 상호금융에서는 농협중앙회, IT업계에서는 LG CNS, 신용평가사에서는 NICE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동참했다.

우리은행은 "고객의 첫 번째 마이데이터가 우리은행이 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서비스 구현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핀테크는 카카오페이를 필두로 네이버파이낸셜, 핀테크, 뱅큐, 핀다, 핀크, 비바리퍼블리카, 쿠콘, 아이지넷, 뱅크샐러드, 팀윙크, 보맵, 해빗팩토리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참가했다.

카카오페이는 "사용자들에게 개인화된 분석 서비스와 맞춤형 옵션을 제시하면서 자산 현황 조회, 수입 및 지출 심층 분석에 따른 금융상품 제공 등의 기능을 갖추고 '모바일 자산관리 어드바이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1일부터 개시되는 시범 서비스에는 등록 업체 가운데 시스템이 완비된 국민은행과 키움증권, 국민카드, 농협중앙회, 뱅크샐러드 등 17개사가 먼저 참여한다.

내달 중에 광주은행, 우리카드 등 20개사가 시범 서비스에 동참하며, 교보생명, 롯데카드 등 16개사는 시스템과 앱 개발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참가할 예정이다.

맞춤형 금융서비스 추천…개인 정보 보호 강화

마이데이터의 맞춤형 금융서비스 추천 기능은 시범 서비스를 거치면서 더욱 정교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내달 중에 관련 혁신 서비스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롯데카드 등 카드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신용카드 이용 정보 제공 시 가맹점 이름만 제공해 어떤 업종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가맹점 사업자 등록번호를 함께 제공하기로 함에 따라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가맹점의 업종과 업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카드사에는 본인 조회 및 분석 목적에만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이 서비스를 받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제삼자 정보제공을 하지 않도록 부가 조건을 달았다.

마이데이터 활용 예시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금융소비자의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해 유용하고 정확한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맞춤형 금융서비스 추천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겸영 업무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을 영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맞춤형 상품 추천과 관련해 보험 분야는 온라인 플랫폼 보험 대리점 신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용카드 모집이 주된 업무가 아닌 자로서 제휴 모집인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 등록이 필요하지 않으며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범위 내에서 카드의 비교 및 추천이 가능하다.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화에 따른 개인 정보 보호는 강화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미성년자에게 제공하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사업자가 정보 전송 요구를 할 때 부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정보수집 범위도 미성년자가 주로 이용하는 금융상품(수시입출금 계좌, 체크·선불카드, 선불 충전금 등)으로 제한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 금액 등 정보를 조회·분석하는 용도로만 제공해야 하며, 마케팅이나 제삼자 제공 등에는 이용할 수 없다.

아울러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대가로 주는 선물 또는 경품 가격은 3만원 이하로 제한됐다.

강력한 금소법…마이데이터 사업에 걸림돌 우려

금융소비자보호법 리스크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당장 거둘 수 있는 수익은 별로 없는 반면 금소법 때문에 직접적인 상품 추천 등 판매할 수 있는 금융 상품 범위가 엄격히 규제돼 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가 금소법 위반 대상이 될 수 있어 마이데이터 시행 초기에는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있어 서비스 활용도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BC카드 마이데이터에 'KT 클라우드' (서울=연합뉴스) 사진은 BC카드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해 적합한 클라우드 모델에 대해 논의하는 KT 직원들. 2021.6.30 [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고환경 변호사는 최근 금융 데이터 콘퍼런스에서 마이데이터 사업과 금소법이 상충하고 있어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 주체로부터 받은 개인 신용정보를 분석한 뒤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행위는 금소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금융 플랫폼 규제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이데이터 사업에 필요한 시스템인 API 구축과 관련해 은행은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통한 고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반면 보험, 카드 업계에서는 사업성을 이유로 소극적인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정보 제공자, 유관 기관 및 금융 당국은 마이데이터 특별대책반을 통해 시범 서비스 기간 발생하는 보완 사항 등을 점검해 API 방식 서비스가 내년부터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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