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회사 정규직 된 근로자, 본사 직고용 요구..법원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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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본사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된 뒤 "본사에서 직고용 해달라"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에서 기각됐다.
소송을 제기한 334명 중 210명은 외주업체에 근무하다가 도로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근로자들이다.
재판부는 "정부 지침에 따르면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것도 정규직 전환"이라며 "한전은 근로자들에 대한 정규직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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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公 수납원 1심서 기각당해
"자회사 전환에 동의했다면
직접고용 청구권은 소멸한 것"
한전FMS 소송도 닮은꼴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부른 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본사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된 뒤 “본사에서 직고용 해달라”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에서 기각됐다. 법원이 ‘자회사를 택한 것은 본사 직고용을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라고 본 것이다.
“도공, 자회사 직원 직고용 의무 없어”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이춘근)는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334명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에 관한 소송에서 지난달 7일 이같이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334명 중 210명은 외주업체에 근무하다가 도로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외주업체 소속일 때 도로공사로부터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았다며 ‘불법파견’임을 주장했다.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던 근로자들이 2019년 이미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다.
수원지법은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불법파견이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들이 도로공사와 합의해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주장한 부분이었다.
법원은 근로자들의 직접고용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회사 전환에 동의했다면 직접고용 청구권은 소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근로자가 직접 고용되는 것에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불법파견임에도 불구하고 모회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회사를 선택한 것은 직접고용을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는 게 법원의 해석이다.
앞서 지난 6월에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홍기찬)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FMS 소속 근로자들이 한전을 상대로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직고용 해달라고 낸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부 지침에 따르면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것도 정규직 전환”이라며 “한전은 근로자들에 대한 정규직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책임한 정책이 소송 조장
이번 소송의 배경에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며 비정규직을 대거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유도한 정부 정책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18만5000명 중 4만7000여 명(25.4%)이 자회사를 선택했다. 하지만 자회사의 처우가 외주업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국민연금공단 등에서 비정규직을 본사에 직접 고용하는 사례가 등장하자 “본사가 직고용하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자회사 직원들이 늘어난 것이다.
2019년의 대법원 판결도 자회사 근로자들이 잇따라 제기한 소송의 근거가 됐다. 당시 도로공사 불법파견 소송 진행 중 일부 비정규직 근로자의 외주업체 계약 기간이 종료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불법파견으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했다면 파견근로자가 외주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됐다고 해도 발생한 직접고용 의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불법파견 관계가 성립했다면 자회사를 선택했어도 여전히 직접 고용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선택이 직접 고용을 포기한 것인지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아직 없다. 김용문 법무법인 덴톤스리 변호사는 “자회사 선택이 어떤 의미인지 직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상급심에서 근로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최근엔 사기업들도 자회사 형식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상급심 판단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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