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학생도 경제공부 "창업에 대비해야죠"
◆ 경제신문은 내친구 / 경제교육 우수학교 탐방 ① ◆
"이과 계열 학생들도 교내 경제수업을 문과생만큼이나 많이 듣습니다. 경제 공부가 이젠 전공을 초월해 실생활에 꼭 필요한 과목이 됐기 때문이죠."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하나고등학교에서 만난 김윤구 경제담당 교사는 최근 학생들이 경제뉴스나 재테크·투자 이슈를 접할 기회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수업 참여가 많다고 털어놨다. 특히 하나고에서는 문과 지망 학생 외에 이과생도 경제를 선택과목으로 많이 듣는다.
하나고 2학년 이과 계열 재학생 130여 명 중 이번 학기에 경제를 선택한 학생은 124명에 달한다. 김 교사는 "일반적으로 경제과목은 문과 학생들이 진학을 위해 관심을 보일 뿐 이과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기피해왔다"며 "우리 학교에서 이과생 선택이 많은 이유는 부모 권유도 있지만 다른 사회과목에 비해 이과생에게 익숙한 수리 모형이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고 학생들의 높은 경제과목 수강률은 수능에서 문과생조차 경제 선택 비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달 수상자를 발표한 제18회 매경NIE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준구 학생도 사회과목 가운데 경제를 선택한 이과 지망생이다. 이준구 학생은 "수행평가를 하면서 향후 창업을 준비할 때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경제 공부를 한 것이 수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후원하는 매경NIE 경진대회에 하나고에서 지원한 학생은 총 138명으로 전국 고등학교 가운데 가장 많았다. 67명이 치른 최종 본선에도 17명이 올라 최우수상과 우수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학교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하나고에서 상경 계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2학년 때 미시·거시경제를, 3학년 때는 국제경제학을 학기당 주 4시간씩 공부한다. 이과 계열은 다수 선택과목 가운데 경제를 골라 학기마다 주 2시간씩 배운다. 문과의 경우 교재는 교육부 검정 경제 교과서 외에 미국 경제학 원서를 사용한다. 특히 신문도 경제수업을 하는 데 필수적인 교재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당일 수업 내용과 관련된 경제 기사를 읽게 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김 교사는 "경제 공부는 신문과 함께할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학생들은 신문 읽기를 통해 수업에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제를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선구 학생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절대우위와 비교우위' 개념을 유럽 국가들이 반도체 시장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뉴스와 연결해 공부했다"고 전했다. 2학년 김영현 학생은 "뉴스에서 백신 인센티브를 처음 접했을 때 경제 시간에 배운 외부 효과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말했다.
하나고 경제교육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학생 주도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들은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경제 현상을 분석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수행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코즈의 정리'를 활용해 학교 내 정수기의 최적 위치를 산출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방학 이후 이성 친구들이 헤어지는 원인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하나고는 경제를 심화 학습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하나고 내 스터디 프로젝트 '집현'을 통해 심화학습으로 이어가거나 경제 동아리 포럼을 만들었다. 김영현 학생은 "법 동아리와도 협업해 사회경제기본법을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경제는 성인이 돼서 많은 대가를 치르며 익히기보다 학교에서 먼저 배우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 송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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