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CJ ENM 콘텐츠 사용료 갈등 해법 모색.. '선계약 후공급' 의무화 추진
정부·업계 참여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안' 발표
PP업계 "대가 합의 없이 방송 송출 관행 불합리"
IPTV "대가산정, 콘텐츠 평가와 함께 이뤄져야"
정부, 12월 제도 개선 계획 발표..국회도 입법 추진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IPTV)사가 방송 콘텐츠를 공급받기 전에 CJ ENM 같은 공급업체(PP)와 계약부터 맺는 ‘선계약 후공급’ 거래 방식의 의무화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다.
정부는 콘텐츠 대가의 적정한 수준을 두고 IPTV사와 PP 간에 반복되는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업계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 14명으로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를 구성하고 문제를 논의, 그 결과를 29일 공청회를 열어 발표했다.
이날 협의회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선계약 후공급 의무화는 그동안 CJ ENM을 중심으로 한 PP업계가 강력하게 요구해온 내용이다. 현재 방송 콘텐츠 거래는 PP가 IPTV에 먼저 콘텐츠를 송출하고 이듬해에 방송사와 계약을 맺어 대가를 받는 ‘선공급 후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PP 입장에선 자사 콘텐츠의 적정한 대가를 합의하지도 않았는데 공급부터 하고 뒤늦게 제값을 요구해야 하는 이런 관행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IPTV 3사와 CJ ENM이 올해분 콘텐츠 대가를 두고 지난 상반기부터 협상을 하고 있지만 연말인 지금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CJ ENM은 그동안 콘텐츠의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며 지난해보다 25% 인상을 요구했지만 IPTV측은 이것이 급격하고 과도한 인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협상 기한이 없는 선공급 후계약 방식 아래에서 양측 갈등은 장기화하고 있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IPTV사들은 (대가 지불에) 좀 인색한 것 같다”라고 비판하고, 구현모 KT 대표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인상률을 요구하는 게 전년에 비해 과도하다”라고 맞받아치며 양측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협의회는 매년 반복되는 IPTV와 PP업계 갈등을 줄이려면 선계약 후공급 방식이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협의회는 선계약 후공급을 원칙으로 정하되, 계약기한을 연말이 아니라 이듬해 1분기까지 여유롭게 두자는 안이 위원들의 다수 의견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가령 내년분 콘텐츠 계약은 올해 말까지 마쳐야 하지만, 늦어질 경우 콘텐츠 공급 이후인 내년 1분기까지 해도 선계약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선공급 후계약 방식으론 내년분 콘텐츠 계약을 위한 협상은 2023년 초에 시작된다. 계약기한을 어긴 사업자는 협상 지연 사유와 대책을 과기부에 보고하고 시정한다는 내용도 협의회의 결론에 포함됐다.
CJ ENM은 이런 결정에 환영했다. 다만 일부 중소 PP업계에선 “IPTV사의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선계약을 맺으면 CJ ENM의 콘텐츠에 재원이 우선 할당돼 중소 PP는 협상력이 떨어지거나 채널 퇴출 위험도 높아진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IPTV측은 원칙적으론 수용하지만 콘텐츠 대가 산정이 방송 송출 전이 아니라 후에 나오는 시청률 등 지표를 통한 채널평가와 함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업계를 대표해 공청회에 참석한 이호성 JCN울산방송 부문장은 “선계약 후공급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콘텐츠 대가 산정이 (평가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내용을 정부에 권고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최종적인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다. 천지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시장조사과장은 “선계약 후공급 방식에선 (계약 결렬로 인한) 블랙아웃(송출중단)이 더 많아지고 이로 인한 분쟁도 더 많아질 수 있다”라며 “방통위 분쟁조정협의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법 개정에 필요한 사항을 차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움직임에 발맞춰 국회도 선계약 후공급을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 현재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과방위는 이날 공청회 내용, 다음 달 정부 발표 내용을 고려해 법안 내용을 정하고 본회의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협의회는 콘텐츠 대가의 하한을 정하고, 협상 과정에서 IPTV사의 재량권을 줄이는 등 IPTV를 겨냥한 규제 방안들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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