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데이터 몰아주면..車·부동산·건강관리까지 다 해준다
은행·보험·카드사 정보는 물론
빅테크·쇼핑앱에 흩어진 정보
한곳으로 모아 간편 통합관리
앱 하나로 투자 컨설팅 받고
부자들처럼 1대1 자산관리
시중銀 '통합자산관리' 승부수
호환 시스템 미비는 개선해야
다음달 1일부터 주요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1일부터 마이데이터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는 금융사는 17곳이다.
이들은 현재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 접수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경품까지 내걸고 홍보에 나섰다. 기존 금융사 외에도 핀테크·간편결제 기업, 통신사와 정보기술(IT) 기업, 지역화폐·커머스 플랫폼까지 다양한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도전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내년 초까지 50곳 이상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린다. 특정 금융회사를 지정해 내 금융 관련 데이터를 모아서 제공할 것에 동의하면 이 금융회사에서 다양한 금융 컨설팅과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 받던 서비스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은행·보험·카드사 같은 금융회사는 물론 빅테크와 쇼핑 플랫폼 등에 흩어져 있던 금융 관련 정보를 모을 수 있고, 원하는 앱으로 보낸 뒤 한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은행들이 제공 중인 '오픈뱅킹' 서비스를 전 금융권과 다른 산업군까지 확대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산과 금융정보를 앱 하나로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고, 기업들은 다른 산업과 손잡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네이버 쇼핑이나 카카오페이 지출 내역, 이달 통신비 같은 결제정보는 물론 내 자동차와 부동산을 관리하고 외환 투자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다. 보험사 앱에서 평생 지출할 의료비를 예측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매주 건강관리 조언(하루 1만보 걷기, 일주일에 두 번 샐러드로 점심하기 등)을 받아볼 수도 있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지만 벌써 고객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시중은행들이다. 사업 성패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정보 제공 회사 간 '연결'에 달렸다.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사전에 신청하고, 정보 교류를 위해 연결을 완료한 고객을 대상으로 각종 경품을 내걸었다.
하나은행은 서비스 가입 이후 기관 연결을 1회 이상 완료한 고객을 대상으로 사이버 금융범죄 보상보험 무상 가입 혜택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숨은 내 돈 찾기' 이벤트를 시행해 정보 제공 기관과의 연결을 유도하고 이벤트 참여자에게 아이패드 프로 등 경품을 제공한다.
은행들은 '통합 자산관리'로 승부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한 모바일 뱅킹 '스타뱅킹'을 통해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분야별 전문 서비스를 한번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전통적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한정판 운동화' 등 관리 가능한 자산 영역을 확대해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일반 고객에게 확대해 자산 관리와 외환 투자 컨설팅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생활에 보탬이 되는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비 가이드와 지출관리 서비스를 선보인다.
일각에서는 시스템 미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사업을 하려면 데이터 간 형식을 맞춰 호환성을 높여주는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회사 간에 고객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일종의 '고속도로'가 있어야 하는데,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눈치를 보고 있는 회사가 많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반면 아직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보험사와 카드사가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 초기인 만큼 소비자들도 생소하고 사업자들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얼마나 편리한지 알게 되면 시장이 급성장할 수밖에 없다. 대개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 모델을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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