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BTS, 팬데믹 속에서 보랏빛 희망을 쏘아 올리다

정혁준 2021. 11.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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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서 열린 2년 만의 대면 공연 현장 가보니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콘서트는 다음 달 3~4일 2회의 공연을 남겨놓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보랏빛 축제였다. 팬데믹을 뚫고 전한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무대를 휘저으며 마음껏 뛰놀았다. ‘아미’(팬클럽)들은 함성과 떼창으로 호응했다. 방탄소년단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공연장을 물들인 아미와 모든 에너지를 무대에 쏟아부은 방탄소년단은 하나가 됐다.

방탄소년단이 27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엘에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은 28일(이하 현지시각) 저녁 7시30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엘에이’의 둘째 날 공연을 이어나갔다. 7명의 멤버들은 2년 만에 펼친 대면 공연에서, ‘퍼미션 투 댄스’의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막지 못해”라는 노랫말처럼,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다시 나아가자’는 희망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이 27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엘에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이날 무대는 감옥에 갇힌 방탄소년단의 모습으로 막이 올랐다. 댄서들이 망치로 걸쇠를 부수자 철장이 열리면서 방탄소년단은 자유의 몸이 됐다. 코로나라는 감옥을 뚫고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축제를 알리는 서곡은,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 타이틀곡 ‘온’(On)이었다. 순백의 의상을 입고 “내가 나이게 하는 것들의 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라고 외치는 노랫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 그 자체였다.

뜨겁게 달궈진 콘서트 분위기에 ‘불타오르네’가 이어지면서 소파이 스타디움은 열정과 열광으로 불타올랐다. 이어 ‘쩔어’ 무대에선 멤버들이 카메라를 직접 들고 셀카를 찍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27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엘에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오프닝 무대 이후 멤버들은 한명씩 인사를 전했다. 방탄소년단과 전세계 아미들이 2년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리더 알엠(RM)은 “소리 질러! 우리는 방탄소년단이다. 가보자. 우리가 아미를 위해 정말 미친 밤을 만들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춤추는 걸 허락받을 필요가 없으니까”라고 했다.

이날 공연에는 미국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해 ‘버터’를 함께 열창했다. 사전에 예고된 게스트가 아닌데다 첫날 공연에는 등장하지 않았기에 관객들은 더욱 열광했다. 스탤리언은 지난 21일 열린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합동 공연을 선보이려 했으나, 시상식 전날 갑자기 개인 사정으로 무산됐음을 알렸다. 방탄소년단은 이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포함해 3관왕에 올라 주인공이 됐다.

방탄소년단이 27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엘에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노래는 물론 화려한 퍼포먼스도 빛났다. ‘블랙 스완’ 무대는 날갯짓하는 듯한 댄서들의 화려한 안무가 돋보였다. 댄서들이 백조의 날개가 되어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백조 형상으로 만든 장면이 압권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움직이는 소파를 타기도 하고, 수시로 중앙무대까지 뛰어다녔다. 움직이는 차를 타고 관객석 사이를 누비기도 했다. 폭죽, 반짝이 등 다양한 무대 효과도 화려함을 더했다.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 곡들은 관악기를 더한 라이브 밴드 버전으로 색다르게 편곡해 들려주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선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9월에 했던 유엔 연설 모습도 영상으로 공개됐다. 영상 속 멤버들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페이지가 한참 남았다. 세상은 멈춘 줄 알았는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엔딩이 아닌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27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엘에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공연 엔딩을 앞두고 알엠은 “제 앞에 계신 아름다운 5만3000명의 여러분께 축하드린다. 사랑한다”고 했고, 진은 “주위를 둘러보라. 영화 같지 않으냐. 저는 저와 여러분들이 한편의 영화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짧게 따라 부르며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마지막 곡 ‘퍼미션 투 댄스’까지 모두 24곡가량을 소화했다.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기록도 썼다. 소파이 스타디움의 크리스티 부처 부사장은 “방탄소년단은 소파이 스타디움 역사상 처음으로 4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켰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티스트 공연 가운데 최다 티켓 판매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회당 5만여명씩 모두 20만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서울에서 공연을 보러 온 방선희씨는 “코로나로 언제쯤 이전의 생활이 가능할지 막막함과 무력함이 있었는데, 이번 공연으로 지난 2년여의 세월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며 “모두의 염원으로 이 공연이 성사되었듯 곧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주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각)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멤버들.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은 전세계인들을 향해 의미 있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날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탄소년단은 “(코로나 이후 불거진) 아시아인 혐오에 계속 목소리 내겠다”고 밝혔다. 알엠은 “저희가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저희 음악이 외국에 사는 아시아인에게 많은 힘이 된 것을 영광이라 생각하고 뜻깊게 느낀다. ‘아시안 헤이트’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저희는 언제나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를 향한 도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슈가는 “‘그래미 후보 지명’에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당연히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 뭔가 뛰어넘을 장벽이 있다는 것에, 앞으로 도전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뛰어넘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방탄소년단은 다음달 1~2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모두 네차례 공연을 펼친 뒤,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쳐지는 ‘2021 징글볼 투어’ 무대에 에드 시런, 두아 리파, 도자 캣, 릴 나스 엑스 등 쟁쟁한 팝스타들과 함께 오른다.

로스앤젤레스/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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