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의 패션 無재고 실험.."공장서 직배송"
최운식 40대 이랜드월드 CEO
"뉴발란스 올매출 6000억 전망
가로·세로 1.5cm 모바일화면을
지배하는 패션업체가 승자된다"
물류창고도 없애고 온라인 강화
단일 패션 브랜드 연매출 1조원은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이다. 중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티니위니’도 2017년 8700억원에 팔리기 전까지 최고 매출이 약 4000억원에 그쳤다.
2019년 1월 만 40세이던 최운식 이랜드월드 스파오(SPAO)사업부 책임자를 그룹 지주사의 패션부문 대표(상무·사진)에 선임한 것은 단일 브랜드 1조원 달성을 위한 포석이었다. 최 대표는 29일 “뉴발란스가 지난해 단일 브랜드 매출로 5000억원 고지를 넘었다”며 “재고와 물류창고를 없애고, 공장에서 바로 안방까지 패션을 전달하는 신개념 패션 제조·유통회사로 DNA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수 회장의 세대교체 ‘결단’
이랜드월드는 국내외에 110여 개(특수목적법인 제외)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정점이자 패션업을 운영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다. 2019년 연결 매출이 6조원에 달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4조6314억원으로 위세가 꺾이긴 했지만 국내외 패션 부문 매출만 2조7171억원에 달했다.
최 대표는 “대표로 임명받을 때 ‘매출 1조원짜리 브랜드를 만들라’는 특명을 받았다”며 “오프라인 중심적 사고, 이랜드리테일 등 계열 유통·공장에만 의존하던 관행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계별로 뜯어고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벌인 ‘3년 실험’의 공을 인정받아 최 대표는 내년에도 회사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것은 ‘생각하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패션의 전쟁터는 제품이 담기는 모바일 화면 속 가로·세로 1.5㎝”라며 “이 작은 공간에 얼마나 눈에 띄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겉에 보이는 공간의 크기는 백화점, 아울렛보다 훨씬 작지만 온라인의 잠재력은 무한대”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한때 사내에 팽배했던 ‘이랜드가 1등’이란 자만을 걷어낸 것도 최 대표가 일궈낸 성과 중 하나다. 이랜드는 1980년 박 회장이 2평짜리 ‘잉글랜드’라는 이화여대 앞 옷가게에서 출발, 1980년대 패션 프랜차이즈라는 신(新)유통을 처음 선보였다. 1994년 진출한 중국에선 연매출 2조5000억원 규모를 달성하는 등 국내 패션 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최 대표는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F&F의 김창수 회장의 경영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며 “무신사와 협업하는 것도 당장 플랫폼을 만들지 못한다면 1등 플랫폼에 올라탄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40대 CEO가 바꾼 이랜드의 ‘패션 본색’
벤치마킹과 함께 최 대표는 이랜드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뉴발란스를 신발을 넘어 패션 브랜드로 영역을 확장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뉴발란스 키즈가 있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랜드월드 전문가들이 미국 보스턴에 있는 뉴발란스의 온·오프라인 콘텐츠 창고를 모두 살펴보고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과 상품을 골라내 이랜드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킨 덕분이다. 최 대표는 “2008년 뉴발란스를 처음 가져올 때 약 200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6000억원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상품 기획부터 출고까지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실험이다. 기존 최대 6개월 걸리던 이 기간을 ‘국내 이틀, 해외 기준 5일’로 바꾸고 있다. 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추구하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 구현이 목표다.
최 대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은 데이터”라며 “상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스파오 전 제품에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약 100억원을 투자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에서 출고하는 즉시 구매자의 안방에 바로 배송하는 무(無)재고 유통을 조금씩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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