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주4일제 할 수 있는 곳부터..생산성 향상되는 효과도 있다"
정의당, 차별없는 사회 추구가
페미니즘에만 치중한다 비판
청년정책으로 지지 복원할 것
민주당은 개혁열차서 탈선해
공조해야할 이유 전혀 없어
양당 짬뽕·짜장 중 택일 강요
참정권 절반 이상 봉쇄된 것
매일경제신문은 5년 만에 다시 대선에 나선 심 후보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심 후보의 첫 일간지 인터뷰다. 거대 양당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방안과 주4일제·모병제 공약, 정의당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정의당=페미당' 이미지 탓에 지지층 확장이 어렵다.
▷20대 아들에게 물었더니 "엄마는 20대 남성한테는 그냥 페미 대모야, 나쁜 뜻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돼 있어"라고 하더라. 아들이 굳이 20대 남성 표를 위한 것 말고 모든 국민이 인정할 청년정책을 내놓으면 청년 남성들도 상식으로 판단해 투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 남성을 힘들게 하는 군대 문제·취업난이 젠더 갈등으로 포장돼 있지만 사실은 정치의 책임 방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갈라치기로 정치적 물길을 냈고, 막막한 청년들이 그 분노 위에서 서핑하는 것이라 본다. (청년들이) 국민의힘 쪽으로 조직화되리라 보지 않는다. 대선까지 3개월이 남았는데 조금 더 굴곡이 있을 것 같다.
―청년들은 '균형'이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젠더 갈등 국면에서 백래시(backlash)가 굉장히 많았는데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페미당'이라는 반페미 진영의 공격이며, 둘째는 페미 의제에 지나치게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첫 번째 부분에 답하자면 정의당은 당 강령부터 페미니스트 정당이 맞는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갈라치기가 아니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두 번째, 페미니즘에만 집중하지 않았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보다 균형 있게 정책적으로 복원해내겠다.
―주4일제 공약이 너무 이르다는 평가가 있다.
▷주4일제는 비용보다 편익이 크다고 본다. 이 같은 경제 논리에 기반해 우선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곳부터 하려고 한다. 전환이 불가피한 기업이 있는데 예를 들어 석탄화력발전소 같은 곳부터 선제적으로 시행하려 한다. 아이 돌봄으로 고민이 많은 여성이 밀집된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시대 흐름에 따라 어차피 전환하는 데 비용이 필요한 사업장이고 주4일제라는 혁신을 통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며 전환할 수 있게 하겠다. 주4일제가 전환 과제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일반 기업에 주4일제는 어떻게 도입하나.
▷노동자 생산성이 향상돼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 덴마크에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시행하며 도입한 '집중관리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2시간 동안 일에 집중하길 원할 때 버튼을 누르면 게시판에 빨간불이 들어오는데, 이 시간에는 손님 전화 연결도 안 해주고 상사도 건드리지 않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집중하게 된다. 업무 효율성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과정이 동반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실험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실제 주4일제를 도입한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의 보고서 등도 모두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 증대 효과를 이끌어낸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단일화 요구가 있다.
▷민주당이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국민 저변에 널리 깔려 있는 인식은 정권교체다. 민주당이란 개혁열차는 탈선한 지 오래다. 민주당과 공조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거대 양당 체제를 흔들 수 있다고 보는가.
▷정치를 바꾸기 위해 20년간 진보정치의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과 이를 바꿔야 한다는 심상정의 절실함이 그 어느 때보다 맞닿아 있다.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바라면 다른 한편을 뽑았는데, 제1 야당이 전혀 나을 게 없다. 두 당만 집권하는 체제가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려운 단계까지 왔다.
―정의당에 투표하면 '사표(死票)'라는 시각도 있다.
▷청년들을 만나서 많이 듣는 이야기다. '사표가 될 것 같다' '심상정을 찍었을 때 나의 정치적 효능감을 설명해달라'고들 한다. 그럴 때마다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것도 사표(박근혜 대통령 당선)였다고 이야기한다. 소수당 후보를 찍는 게 사표라 생각할 것이 아니다. 짬뽕과 짜장면 중 선택해야만 한다면 참정권은 이미 절반 이상 봉쇄된 것이다. 내가 먹고 싶은 볶음밥을 올리는 게 나의 참정권이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다는 논리는 시효를 다했다. 나를 대변하고 미래로 나아갈 힘을 만드는 것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전략이 돼야 한다.
―이재명 후보 공약인 국토보유세에 공감하나.
▷국토보유세는 구체적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똑같은 땅에 아파트가 어떻게 들어서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텐데 주택과 기계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무리라고 본다. 또 기본소득과 연계해 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구상도 부동산 투기 억제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심상정식 집값 대책은.
▷우리 국민들도 진짜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인내심을 갖고 따를 것이다. 그런데 정부를 믿은 나만 바보가 됐다. 국민적 동의를 거쳐 근본적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첫째가 토지공개념이다. 이를 통해 토초세(토지초과이득세·평균 지가 상승 이상의 초과이득에 대한 과세)를 도입하고, 종합부동산세도 강화하겠다. 토초세가 위헌이란 오해도 있는데 이미 위헌 소송 3차례를 거친 뒤 정상적인 합헌 법안으로 4년간 시행된 바 있다. 김대중정부 때 경기 부양 차원에서 폐지했던 것이다.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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