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호의 딜 막전막후] 1조 빅딜 성사한 CJ ENM, 비결은 'LA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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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끝이 없겠네. 일단 직접 만나 들이대봅시다."
지난 10월 말 서울 상암동 CJ ENM 내 회의실.
CJ ENM은 이번 인수로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숙원을 해결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CJ ENM이 IP를 보유 및 관리하고, 엔데버콘텐츠와 스튜디오드래곤이 국내외 제작을 맡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유통하는 '콘텐츠 그룹'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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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끝이 없겠네. 일단 직접 만나 들이대봅시다.”
지난 10월 말 서울 상암동 CJ ENM 내 회의실.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인 엔데버콘텐츠 인수를 위해 꾸려진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렸다. 이미 수십~수백 통의 이메일이 오가며 이어진 협상과 회의로 TF는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TF 단장인 송창빈 CJ ENM 성장추진담당 상무는 승부수를 던져보자고 했다. TF는 미국 할리우드 한복판으로 날아가 캠프를 차리고 도착 다음날부터 매일 엔데버에 대면 회의를 요청했다.
올해 엔데버그룹을 포함한 미국 연예 에이전트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작가조합(WGA)에서 “유명 배우 소속사들이 자체적으로 콘텐츠 기업까지 소유하면서 이해상충이 벌어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국내로 치면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가 소속 배우를 활용해 드라마·영화 콘텐츠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셈이다.
'초대형 급매물' 등장에 발빠른 행보
특히 엔데버콘텐츠의 지주회사인 엔데버홀딩스는 미국 내 1위 에이전트회사인 WME를 보유하고 있어 작가조합의 직접적 타깃이 됐다. 앞서 미국 3대 기획사로 꼽히는 CAA도 선제적으로 콘텐츠 제작 자회사인 위프(Wiip) 지분 80%를 국내 JTBC스튜디오에 매각했다. 엔데버콘텐츠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큰 탓에 가격과 시너지를 동시에 만족할 만한 후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글로벌 소수 제작사들 위주로 초청장이 뿌려졌다. 한국에선 CJ ENM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CJ그룹이 인수전을 준비한 건 매각이 공식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말부터다. CJ ENM이 지난해 초 인수한 드라마제작사 본팩토리가 기점이 됐다. 본팩토리는 지난해부터 엔데버그룹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제휴 논의를 이어 왔다. 이때 엔데버콘텐츠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CJ ENM에도 포착됐다.
곧장 송 상무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TF가 꾸려졌다. JP모간과 글로벌 로펌 오멜버니앤마이어스가 자문사로 조력했다. 프로젝트명은 엔데버의 맨 앞글자(E)를 딴 ‘이글(Eagle)’로 정해졌다.
열정으로 코로나 뚫고 할리우드 입성
예상대로 올해 8월 엔데버콘텐츠의 공개 매각이 진행됐다. 수십조 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폴로와 글로벌 제작사를 포함한 2~3곳이 CJ와 막바지까지 경합을 벌였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CJ ENM 측은 전략을 수정했다. 이번 매각이 엔데버그룹의 자발적 의지가 아니라 작가조합과의 합의에서 시작됐다는 데 집중했다. 합의상 연말까지 매각을 마무리해야 했다. CJ ENM은 “빠른 결정이 가능한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들고 나왔다. 언제든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TF는 상암동 본사를 떠나 LA 엔데버 본사 인근에 캠프를 꾸렸다. 이전부터 엔데버 최고경영자(CEO)인 아리 에마뉘엘과 친분이 두터웠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가교 역할을 맡았다.
끝까지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것 같았던 거래는 CJ 측의 구애가 이어지면서 양사 간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CJ ENM은 이번 인수로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숙원을 해결했다. 그간 국내 콘텐츠사는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를 활용한 글로벌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해외 제작사에 수익 분배를 포함한 대부분 권한을 넘겨야 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CJ ENM이 IP를 보유 및 관리하고, 엔데버콘텐츠와 스튜디오드래곤이 국내외 제작을 맡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을 통해 유통하는 ‘콘텐츠 그룹’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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