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 선대위 본격 가동, 원팀 '합 맞추기' 될까..삐걱삐걱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20대 대선을 100일 앞둔 29일 첫 공식 회의를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윤 후보는 “승리의 100일 대장정을 나서고자 한다”고 했다. 선대위 구성 전부터 이어진 내홍의 여진이 곳곳에서 불거져 ‘원팀’으로서의 첫 날은 되지 못했다.
윤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중앙선대위 첫 공식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독재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저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이고, 집권하면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이 될 것이고, 대통령 선거 운동도 국민의힘, 이 당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다. 당에 대한 존중과 합치를 선대위 본격 가동일 메시지로 내면서 ‘원팀’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에 이은 두 번째 발언권은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게 돌아갔다. 김 상임선대위원장은 “D-100일, 그리고 첫 선대위 회의. 정말 가슴이 뛴다”면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가진 잠재력과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우리가 다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준석 대표는 김 위원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고 “승리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에게 무운이 함께하길 기원한다”고 짤막히 말했다.
이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과 함께 원희룡(정책)·주호영(조직)·권성동(종합지원) 총괄본부장과 권영세 총괄특보단장 발언이 이어지면서 선대위 회의장은 흡사 당 중진연석회의를 방불케 했다.
이날 선대위 회의는 ‘김병준 원톱’ 선대위 첫 날 성격을 띤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계획이 어그러진 뒤, 김 전 위원장을 뺀 채 ‘윤석열호’를 띄웠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어정쩡한 결말은 개운치 않은 시작으로 이어졌다. 첫 날부터 김 전 위원장 영입 실패와 일명 ‘이준석 패싱’ 논란을 두고 뼈를 대놓고 드러내는 말들이 오갔다.
‘김종인 원톱’을 강하게 주장해 온 이 대표는 회의 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제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려면 소 값을 쳐 주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걸 얹어서 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위원장을 두고는 ‘원톱’이라면서도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그 부분 우려가 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 영입이 무산된 배경을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윤 후보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 사이 설전도 달아올랐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장 의원을 ‘장순실(최순실+장제원)’, ‘차지철’에 비유하며 포문을 열었다. 장 의원이 곧바로 “저를 저격해 꺼져가는 김종인 전 위원장 이슈를 재점화하려 한다”며 법적 책임을 물겠다고 맞받으면서 이날까지 공방이 오갔다.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장 의원이 여전히 후보 곁에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선대위에서는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았다. 무릇 일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 사무실이 있고 공식 계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 패싱 논란도 확산 중이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어제 언론에 (윤 후보 충청 일정이) 릴리즈 되기 전까지 저한테 가자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황당하다”고 했다. 이날 윤 후보의 충청 일정에 동행한 김병준 위원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한테 직접(한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실무선에선 협의가 된 걸로 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어도 이준석이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달라”면서 “선대위 출범 첫날인데 왜 제가 이런 사실관계 확인을 해주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불쾌감을 내보였다.
유정인·문광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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