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어린이집 안 와"..코로나 장기화 뒤편 3살 아이 학대사망
아동학대 늘 가능성 큰데 외부 감시수단 사실상 차단 문제로
서울 강동구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오아무개(3)군에 대해 경찰이 의붓어머니 ㄱ씨를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29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신고도 없었고, 학대 의심 정황도 발견되지 않은 오군이 숨진 뒤에야 아동학대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코로나19로 어린이집 등 외부 기관의 감시와 개입이 소홀해진 탓에 벌어진 비극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된 ㄱ씨의 혐의를 아동학대살해 및 상습아동학대로 변경해 송치하고, 친부 ㄴ씨도 학대와 방임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는) 경제적 어려움과 육아 스트레스로 보인다”며 “이 와중에 (오군이) 평소 밥을 잘 먹지 않고 밤잠을 자지 않아 (ㄱ씨가) 체벌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오군은 ㄱ씨에게 학대를 당한 뒤 친부의 119 신고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약 6시간 만에 숨졌다. 부검 결과 직장(대장) 파열이 사인이라는 소견이 나왔고, 오군의 집에서는 부러진 식탁 의자와 효자손 등이 발견됐다. 그러나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직장 파열은) 강한 가격이 있어야 하고, 넘어지는 (정도로) 생길 순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포렌식 결과 (ㄱ씨가) 범행 전후 지인들에게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ㄱ씨의) 힘든 심경들이 있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친부 ㄴ씨는 방임 혐의는 시인했지만 학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ㄴ씨가 과거에 침대에서 아이를 발로 밀어 떨어트렸다”는 오군 친모 진술을 바탕으로 ㄴ씨에게 학대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오군처럼 코로나19로 외부 노출이 극도로 줄어드는 영·유아의 경우,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어린이집 등 외부 기관에 의해 학대 정황이 사전에 인지되기 어려워 고립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오군은 어린이집에 지난해 4월부터 지난 9월까지 약 1년 반 넘게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난해 5월부터는 출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어린이집이 휴원하던 시기로 가정돌봄을 권하던 때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당시) ㄱ씨가 임신 중이라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고 전화가 왔다. 코로나가 한창 심했을 때 출석한 원아 수도 전체 17명 중 6명 정도에 불과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당시 오군의 학대 정황은 경찰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지만, 오군이 어린이집에 꾸준히 출석했다면 경미한 학대 정황을 어린이집이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린이집 장기결석과 영유아 건강검진·예방접종 내역 등 41개 데이터로 위기아동을 발굴해내는 보건복지부의 이(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도 오군의 이름은 올라와 있지 않다.
지난 10월 ㄴ씨가 어린이집에 보육료 형태로 지급되던 정부 지원금을 직접 받는 양육수당으로 전환하면서, 오군의 가정에 외부 기관이 개입할 여지는 사실상 사라졌다. 경찰은 이 시기부터 오군에 대한 상습학대가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 아동 학대는 10월 이후로 보고 있는데, 사건 당일 외에도 두 차례 정도 학대가 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맞춘 적절한 아동학대 인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아동과 부모가) 집에 있는 시간이 장기화됐다. 부모가 ‘코로나 때문에 안 보낸다’고 하면 어린이집도 할 말이 없다. (어린이집이)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미리 인지해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창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무국장은 “코로나 시대 아동학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지난해 대비 4만건 정도로 아동학대 신고가 늘어났는데, 아이들은 (집 안에) 갇혀 있고 부모는 육아 스트레스가 커지는 상황에서 비대면 통로로라도 아이들 상태를 확인하고, 가정 방문을 하는 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예지 박지영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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