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채널 '선계약 후공급' 원칙으로"..정부 최종안 연내 나온다
(지디넷코리아=박수형 기자)방송채널을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 제공하기에 앞서 공급 계약을 우선 맺는데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방송 프로그램 대가 분쟁으로 오래된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고칠 변환점을 맞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해온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는 29일 공개 토론회를 열고 협의회가 올해 초부터 논의해온 제도개선방안 결과를 공개했다.
방송 콘텐츠 대가 산정을 두고 분쟁이 거듭되면서 지난 1월부터 운영된 협의회다. 협의회는 1년 동안 수차례의 논의를 걸쳐 채널 평가 제도를 우선 개선하고, 이에 따른 거래 절차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양 부처 2인 외에 외부 방송정책 전문가 12명이 모여 논의를 지속해온 가운데 일부 합의에 이른 내용이 이날 발표됐다.
■ 선계약 후공급 원칙적 합의 도출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채널공급계약은 선계약 후공급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계약이 이뤄진 뒤 공급하는 방안보다 협의회는 계약종료시점이 끝난 뒤 1분기 이내에 채널 공급계약이 체결되는 것까지 인정키로 하는데 다수 의견이 모였다.
이를테면 올해 말까지 공급키로 한 방송채널 외에 내년 1월부터 공급되는 계약은 늦어도 내년 3월말까지 계약하면 선계약 후공급을 지킨 것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양 부처가 공동으로 꾸려온 협의회 외에 과기정통부가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상생협의회에서도 유사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영수 서울과기대 교수는 이같은 협의회 논의에 대해 “선계약 후공급이 말은 쉽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복잡한 일도 많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럼에도 채널평가를 통해 계약하고 채널을 공급하는 관행으로 넘어가는 것은 지금까지의 유료방송 관행을 뒤집는 것으로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은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론칭 계약을 할 때, 계약 안하고 공급하는 경우는 없고, 미니멈 개런티도 받고 오는데 (국내에서는) 선공급 후계약을 당연하듯이 여기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한국의 콘텐츠 제작산업은 유망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중소 사업자 보호 방안 선결과제
국내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첫 단계라는 설명이다. 다만, 중소 사업자가 협상 경쟁력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중소 사업자 보호를 넘어 미디어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다.
서장원 부사장은 “미래를 이끌 청년 세대가 자신의 창작물이 자기 동의 없이 공급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소PP나 중소SO에서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텐데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도 같은 고민을 하는 만큼 보완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PP를 대변하는 한국PP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승현 시네온티브이 대표는 “지상파, 종편, PP 포함해 고용 현황에서 중소PP가 차지하는 일자리 비중이 68%이기 때문에 대충 보호하고 아울러야 할 포지션이 아니다”며 “반드시 어떤 정책방향이 나오더라도 중소PP의 육성과 보호방안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반PP 수신료 배분 구조에서 중소PP가 얼마나 가져가는 것이 어떻게 공정한 배분이 될지 모르겠다”며 “지상파, 종편, CJ와 같은 PP는 올려받지만 우리는 주는대로만 받고 있기 때문에 중소PP 수신료 할당제를 실시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계약 후공급이 가야할 길이란 점에 원칙적으로 반감이 없지만 어느 산업군에서도 골복상권 보호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종편에서 낚시를 하고, 지상파에서 골프를 갑자기 내보내는데 유행이 지나면 편성에서 제외하겠지만, 이것만 하는 채널들이 있고, OTT에서 볼 수 없는 실시간 채널이 유료방송의 버팀목이라는 점도 배제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 종편도 대가산정 협의에 포함돼야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지상파와 종편 배분 몫이 상당한 점을 고려해 PP 사업자 뿐만 아니라 지상파와 종편도 함께 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됐다.
협의회는 우선 현실적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배분받고 있고, 유사한 법 적용을 받고 잇는 보도채널이 채널 평가와 같은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종편도 한 테이블에 모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지상파의 경우 재송신료로 유료방송의 재원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협의회 의결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우선 제외했다.
종편은 지상파까지 참여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지상파는 CPS 명목으로 일반 PP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방송채널 대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지상파 역무로 제공하고 있는 일부 공공성 영역까지 포함해 대가산정 협상의 한 테이블에 둘 수 있냐의 문제도 남아있다.
배분 대상 매출 범위에 대해서는 합의안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기본채널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일부 포함하는 방안이 다수 의견으로 모였지만, 기본채널 수신료만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방통위-과기정통부, 12월 최종안 마련
협의회가 논의한 내용에 이날 공개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정부의 최종안이 내달 초중순께 발표될 예정이다.
협의회의 권고에 이어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함께 발표하는 내용에는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보완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또 협의회 진행과정에서 최종 제안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각종 검토 과정과 논의 사항은 권고에 포함하지 못한 이유까지 담아 내년 1월 중 연구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이다.
천지현 방통위 방송시장조사과장은 “협의회에서 논의된 부분 중에 합의가 잘 된 부분은 과기정통부와 공동으로 채널 계약절차 가이드라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면서 “과기정통부에서 하는 상생협의체에서도 비슷한 내용 논의가 되고 있는데 그 부분 합쳐 가이드라인 빨리 개정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심이 많은 선계약 후공급의 전제에는 계약 종료가 있다는 점이고, 이는 블랙아웃도 생기고 분쟁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분쟁조정위원회의 효력을 강화하고 방송법 금지행위로 우월적 지위의 문제인지 어디까지 성실한 협상인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수형 기자(psoo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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