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발 유가급락에 원유 증산 '브레이크' 걸리나..OPEC+, 실무회의 연기

윤기은 기자 2021. 11. 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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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 석유 시추기 모형.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산유국들이 증산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석유 증산 관련 실무회의를 연기했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간) 관련 소식통과 문서를 인용해 OPEC+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원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기 위해 증산 관련 회의를 연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입수한 OPEC+ 관련 문서에 따르면 공동 기술 위원회 회의는 오는 29일에서 다음달 1일로, 장관급 공동 모니터링 위원회 회의는 오는 30일에서 다음달 2일로 각각 이틀씩 미뤄진다. 다만 2022년 1월의 일일 산유량 증감을 결정하는 OPEC 회의와 OPEC+ 회의는 예정대로 각각 12월1일과 2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OPEC+가 이번 회의에서 원유 가격 급락을 명분으로 기존 증산 계획(하루 40만배럴)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OPEC+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새 변이의 등장으로 국제유가가 1년 만에 최악의 낙폭을 보임에 따라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다음 주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로벌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수석 시장분석가 크레이그 얼람도 “OPEC 국가들이 또 다른 대형 질병(오미크론)이 발생하면서 (증산에)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말까지 고공행진했지만 미국, 러시아 등 점차 많은 국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남아공 등 남아프리카국에 대한 여행 제한 계획을 발표하자 급락했다. 지난달 말 배럴당 85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6일 전날보다 13.06% 급락한 배럴당 68.15달러로 마감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지난 26일 전날보다 11.6% 하락해 배럴당 72.7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WTI는 29일 배럴당 70달러대를 회복했으며 브렌트유도 반등해 28일 배럴당 74.07달러로 장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이동과 경제활동이 제한되면 수유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유가 급락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영국, 인도 등 6개국이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약 7000만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한 것도 OPEC+의 증산 계획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OPEC 경제위원회 문서에 따르면 향후 2개월간 최대 6600만배럴의 비축유가 시장에 투입되면 원유 재고가 1월과 2월에 각각 하루 230만배럴, 370만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략적 비축유 추가분의 영향을 상쇄하려면 OPEC+는 내년 1∼2월 증산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OPEC+ 원유 증산 결정에 따라 향후 국제유가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투자기업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 피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OPEC+의 추가 감산만 이뤄질 경우 국제유가는 또다시 반등해 배럴당 100달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OPEC+는 코로나로 인해 원유 수요가 급락하자 지난해 4월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의 대규모 감산을 단행했다. 이후 전 세계 원유 수요 회복에 따라 원유 생산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증산 압박을 받고 있는 OPEC+는 지난 4일 열린 12월 원유 증산 회의에서도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유럽 지역의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증산량을 하루 40만배럴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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