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끝날때까지 함께" 눈물 삼킨 방탄소년단, 5만 아미 울린 말말말(BTS in LA)[종합]
[로스앤젤레스(미국)=뉴스엔 황혜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2년 만에 진행한 대면 콘서트에서 진심 어린 이야기들로 팬 아미(ARMY)들의 마음을 울렸다.
방탄소년단은 1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엘에이)를 개최, 5만 3,000여 명의 관객들과 만났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맵 오브 더 소울 : 세븐) 타이틀곡 'ON'(온)으로 이날 공연의 막을 화려하게 올린 방탄소년단은 '불타오르네 (FIRE)', '쩔어', 'DNA'(디앤에이), 'Blue & Grey'(블루 앤 그레이), 'Black Swan'(블랙 스완), '피 땀 눈물', 'FAKE LOVE'(페이크 러브), 'Life Goes On'(라이프 고즈 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Dynamite'(다이너마이트), 'Butter'(버터), 'Airplane pt.2'(에어플레인 파트 투), '뱁새', '병', '잠시', 'Stay'(스테이), 'So What'(쏘 왓), 'Save ME'(세이브 미), 'I'm Fine'(아임 파인), 'IDOL'(아이돌), 'EPILOGUE : Young Forever'(에필로그 : 영 포에버), '봄날', 'Permission to Dance'(퍼미션 투 댄스)를 연달아 열창하며 공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무엇보다도 방탄소년단과 팬 아미들의 2년만 재회라는 점이 유의미했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진행한 단독 콘서트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이후 2년 1개월 동안 비대면 공연만 이어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국을 감안한 차선책이었다.
오랜만에 아미들과 마주한 일곱 멤버들은 숱한 아미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추며 묵은 한을 해소했다. 일부 멤버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잠시 눈시울을 붉혔을 뿐 실제 눈물을 보인 멤버는 없었다. 슈가는 2회 차 공연을 마무리한 후 브이 라이브 생방송에서 " 2년 만에 오프라인 콘서트를 하는 건데 울면 라이브를 못할 수가 있으니까. 속으로 삼켰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방탄소년단이 65개 매체 국내외 취재진과 진행한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내용, 오후 7시 30분부터 본 공연 관객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 제이홉 "기자님들의 희망, 제이홉입니다."
멤버 제이홉은 데뷔 초부터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때마다 번번이 기자들의 희망을 자처하며 특유의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전했다. L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어김없이 "기자님들의 희망 제이홉입니다"라는 첫인사를 건네 국내외 취재진을 미소 짓게 했다.
제이홉은 "한 세대의 목소리가 돼 그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공유할 수 있어 굉장히 영광이었다. 그것 또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가진 힘이자 에너지라고 생각한다"며 2회 차 공연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슈가 "'망설임과 두려움' 여전히 공존하지만…"
2013년 6월 13일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올해 9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8년간 양질의 음악과 무대를 무기로 계단식 성장을 이어온 끝에 반박할 수 없는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를 넘어 미국 등 세계 음악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건 2017년이었다. 방탄소년단은 그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첫 트로피를 받은 후 발표한 Skit(스킷) '망설임과 두려움'에서 해외 활동으로 거둔 성과들에 대한 부담감을 고백했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어디를 더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싶고, 내려갈 때 얼마나 내려가야 하나 불안하다"고 고백했다.
"'AMA' 대상을 받은 현시점에서 그 망설임과 두려움은 여전한가"라는 뉴스엔 기자의 물음에 "그때와 비교해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완전히 해소됐냐고 물어보신다면 사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두려움과 망설임은 언제나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때와 다만 달라진 것, 코비드를 겪고 나서 우리가 입 모아 이야기했던 것 중 하나가 왜 그때 그걸 즐기지 못했을까였다. 막상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그때 왜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나 이런 이야기를 멤버들과 했다. 그래서 'AMA' 대상 때 특히나 진심으로 기뻤다. 2년 만에 관객을 대면한 것도 너무 기쁘고 플러스 좋은 성과가 있어 기뻤다. 한편으로는 즐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 RM "아시아인으로서 책임감 느껴"
지난해 초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와 함께 미국 등 해외에서는 Asian Hate(아시안 헤이트, 반아시아 감정, 아시아인 혐오) 현상이 심화됐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 빅히트 뮤직과 함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 원)를 기부했고, 공식 SNS를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한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함께 하겠다"라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아티스트로서 낸 유의미한 목소리였다.
방탄소년단이 아시아 혐오 문제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한 현지 매체의 질문에 RM은 "아시아인으로서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항상 큰 책임감을 느낀다. 물론 난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라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 활동하며 많은 장벽들을 느꼈다. 이런 장벽들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것 같다. 명확한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만든 음악들이 특히 외국에 사는 아시아인들에게 많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아시안 헤이트에 대해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우리는 항상 목소리를 내고 싶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드디어 밝혀진 정국의 "focus on…" 정체
방탄소년단은 지난 21일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2021 American Music Awards, AMA)에서 대상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아시아 출신 가수 최초의 쾌거다. 당시 정국은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히던 중 "focus on'(포커스 온) 뒷말을 잇지 못한 채 단상에서 내려와 화제가 됐다. 적지 않은 국내외 팬들은 SNS를 통해 "정국이 무엇에 집중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라는 궁금증을 표했다.
이와 관련한 한 기자의 질문에 정국은 "많이 부끄럽지만 남은 단어가 세 단어밖에 없었다. enjoy every moment(인조이 에브리 모먼트)였다"며 웃었다. 이어 "이번 콘서트에 못 온 아미들과도 만날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날을 정말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민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팬들과 마주하지 못했던 지난 2년간 무기력했다고 털어놓은 지민은 "이 시기를 함께하는 많은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우리가 같이 위로받기 위해 연달아 신곡을 발표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왔다"며 "오랜만에 팬분들이 계신 무대에 서니까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로 다시 돌아온 기분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지민은 긴장감으로 인해 100% 즐기지 못한 첫 공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막상 마주했을 때 막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움만 남았다. 오늘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해볼 생각이다"고 각오를 재차 다졌다.
▲ 뷔 "나무 열 번 찍으면 진 형 나이가…"
방탄소년단은 내년 1월 열리는 '그래미 어워드'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 OR GROUP PERFORMANCE) 후보로 지명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같은 부문 노미네이트 기록이다. 올해 발매한 'Butter'(버터)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Hot 100)에서 10차례 1위를 차지한 만큼 올해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슈가는 "한국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뷔는 "우리가 열 번 찍으면 진 형 나이가 40이다"고 농담했고, 진은 "40은 아니다. 38이다"고 정정해 취재진의 웃음을 유발했다.
▲ 진 "'ON' 첫 무대서 울 것 같았는데…"
방탄소년단은 얼굴 한번 보는 것조차 힘들어 야속하기 그지없던 2년의 팬데믹을 잘 버텨내고 27일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아미들과 함께 비로소 '봄날'을 맞이했다. 오프닝 곡은 예고한 대로 'ON'이었다. 이 노래는 지난해 2월 발매된 방탄소년단 정규 4집 'MAP OF THE SOUL : 7'(맵 오브 더 소울 : 세븐) 타이틀곡이다.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퍼져나간 터라 방탄소년단이 팬들 앞에서 이 곡을 직접 선보인 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진은 "무대 올라가기 전 대기실에서 모여 이야기할 때 'ON' 무대를 첫 곡으로 하면 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도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는 것이라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고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싶어 연습도 많이 했다. 이야기는 그렇게 했는데 아무도 울지는 않더라"고 회상했다. 제이홉은 "난 울 뻔했다"고 말했고, 뷔는 "난 코에서 눈물이 났다"고 농담을 덧붙였다.
▲ 제이홉 "아미 여러분, 자부심 가져도 됩니다"
제이홉은 공연 말미에도 아미에 대한 깊은 사랑을 드러냈다. 그는 "팬데믹 속에서 2년 만에 LA에 와서 소파이 스타디움을 꽉 채운 아미 여러분의 함성을 듣고 응원을 듣고 공연을 하는 게 내 역사에, 내 추억에 너무 큰 한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가 굉장히 남다르다. 그만큼 오늘 여기 오신 아미 여러분 정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오늘 하루가 정말 여러분에게도, 여러분의 인생과 역사, 추억에 중요한 밑줄 한 줄이었으면 좋겠다. 진짜 사랑한다"고 말했다.
▲ 지민 "8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어요"
지민 역시 엔딩 멘트를 이어가며 팬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는 2년의 비대면 시국에서도 굳건히 방탄소년단의 곁을 지켜준 아미들을 다독이며 "여러분이 있으니까 거의 7~8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그동안 쭉 기다려주셨다는 게 영광이고 감동스러웠다. 오늘은 여러분의 감정을 다 받은 것 같고 너무 행복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 진 "인생 끝날 때까지 아미와 인생 영화 만들래요"
진은 번번이 콘서트 엔딩 무대에서 아미들을 위해 이색적이고도 파격적인 스타일링에도 거리낌 없이 도전해 감동을 자아내는 멤버다. LA 콘서트 엔딩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인형을 연상케 하는 양갈래 머리를 하고 등장, 팬들에게 색다른 기쁨을 안겼다.
진은 "나와 여러분이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든 할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할 예정"이라며 "우리 인생이 끝날 때까지 만들 영화니까 잘 부탁드린다. 감사하다"고 덧붙여 다수 현장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 뷔 "꿈에서 콘서트 한 번 더 해요"
첫날 공연을 마무리하고 숙소에서 지민, 정국과 함께 브이 라이브 생방송을 진행하며 팬 사랑을 드러냈던 뷔는 엔딩에서 "오늘, 그리고 어제 아미 여러분의 함성과 열기, 눈 모든 것들을 엄청나게 느끼고 간다. 오늘 꿈에서 한 번 더 콘서트를 하자"고 말했다. 자신이 고안해낸 '보라해'(방탄소년단식 사랑 표현) 인사도 잊지 않았다.
(사진=빅히트 뮤직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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