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앞다퉈 출산휴가 등 확대..출생률 증가 효과는 미지수
[경향신문]
중국이 올해 세 자녀 정책을 도입하며 산아제한 정책을 사실상 폐지한 이후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출산휴가 확대 등의 출산장려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젊은 층이 결혼 자체를 기피하고 출생률이 해마다 감소하는 상황에서 단편적인 출산장려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시는 지난 26일 ‘인구·가족계획조례’를 개정해 출산휴가를 기존 30일에서 60일로 확대했다고 베이징청년보 등이 29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경우 법적으로 98일의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가 조례로 보장하는 출산휴가를 더하면 최장 158일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베이징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배우자에게도 15일의 돌봄휴가를 주고, 만 3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부부에게는 자녀 한 명당 연간 5일의 육아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자녀 가정에는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배분하는 정책도 시행할 방침이다.
다른 지방정부들도 일제히 출산·육아를 위한 휴가 제도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지역에 따라서는 최장 6개월 정도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곳도 있다. 장시(江西)성과 칭하이(靑海)성은 최근 조례를 개정해 출산휴가를 90일로 확대하면서 법정 휴가를 포함해 모두 188일의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저장(浙江)성은 첫째 아이의 경우 60일, 둘째 이상은 90일로 출산휴가를 확대했고, 허베이(河北)성은 둘째까지는 60일, 셋째 아이부터는 90일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이들 지방정부는 대부분 자녀가 만 3세가 되기 전까지 부부가 각각 1년에 5∼10일의 육아휴가를 쓸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고, 일부 지역은 30일의 배우자 간호휴가도 보장한다.
지방정부의 조례 개정은 지난 8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인구·가족계획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당시 인구·가족계획법을 개정해 산아제한 정책을 사실상 폐지하고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면서 출산휴가와 주택·교육 지원 강화, 영유아 돌봄 서비스 확대 등 다각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출산장려 정책이 실제 출생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출생률이 해마다 감소하고 젊은 층의 혼인 건수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간한 통계연감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를 의미하는 출생률은 지난해 8.52명으로 1978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10명 아래로 떨어졌다. 또 지난해 혼인 신고 건수는 814만3300건으로 2003년 이후 17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광명일보는 “출산휴가는 출산 친화형 사회를 구축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면서 “보육 서비스에 대한 재정 투입을 늘리고 주택과 교육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하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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