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효팀의 '압수수색', 이런 풍자개그가 그리웠다('개승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11. 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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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적인 검사 풍자한 '개승자', 이 정도는 돼야 개그 살리지

[엔터미디어=정덕현] "잠깐만 요즘 뉴스 봤더니 혹시 당신들 말야 다짜고짜 압수수색 먼저 한 다음에 뭐 엮어 가지고 선량한 시민들 구속시키고 뭐.. 그 딴 검사입니까?" KBS <개승자>의 김원효팀이 보여준 코너 <압수수색>은 다짜고짜 집에 난입해 잘 정리해 놓은 물건들을 마구 상자에 담는 검사들의 압수수색으로 시작한다.

"당신은 끝났어. 김성주!"라고 김원효가 외치는 순간 그 집 주인은 "저 이광섭인데요"라고 답한다. 엉뚱하게도 다른 집을 찾아와 압수수색을 한답시고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 압수수색을 하러 들어온 검사 김원효와 송필근의 '적반하장'이 포복절도의 웃음을 만든다. 김성주가 살 곳에 왜 당신이 사냐고 하는가 하면, 부장님한테 깨질 게 무서워 그냥 압수수색 하자며 "김성주 하자"고 떼를 쓴다.

압권은 뉴스에서 이런 검사들을 봤다며 강압적인 수사를 하는 검사들에게 "그 딴 검사냐"고 이광섭이 쏘아붙이자 김원효가 하는 대꾸다. "네 그 딴 검사예요. 나 보통 검사가 아냐. 나 그 딴 검사야. 그 딴 검사. 보통 검사들은 고시원에서 공부를 하다가 검사가 되잖아. 나는 검사가 된 다음에 고시원에 가서 공부를 한다니까. 보통 검사들이 바지 내리고 볼 일 볼 때 나는 볼 일 먼저 보고 바지를 내리는 그런 검사야."

물론 모든 검사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선이 백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검찰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을 '압수수색'이라는 코너는 우스꽝스런 상황을 가져와 신랄하게 꼬집는다.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이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 일련의 행보들을 하고 있다고 대중들이 느끼며 갖게 된 불편한 심경들을 이 코너는 시원한 풍자로 풀어낸다.

잘못을 저질렀지만 이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잘못을 덮으려고 하고 원래대로 원상복구해 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이리저리 해달라고 잔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한다. "알아서 잘 좀 정리해줄려고 했는데 이렇게 해버리면 하고 싶은 마음도 다 달아난다니까. 아 진짜 갑자기 막 하기 싫어졌잖아." 마치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원효의 연기에 관객들은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심지어 피해자에게 이들 검사들은 같이 본래 잡으려 했던 '김성주'를 잡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자신이 어떻게 김성주를 잡냐는 피해자에게 김원효의 더 신랄한 검사 풍자가 이어진다. "검사 그거 별거 없어요. 저희 하는 거 봤잖아요. 어떻게 하냐면 문 빡! 박스 담아 담아 담아- 하다가 종이 꺼내가지고 구속이야! 김성주! 야 너도 할 수 있어. 검사 시험 합격은 애드립!" 또 사실은 이광섭이라고 주장했던 집주인이 김성주였다는 마지막 반전을 주기위해 등장한 가스 점검원 조승희의 대사도 예사롭지 않다. "검사야? 나도 검사야. 가스 검사."

<압수수색>은 김원효가 <개그콘서트> 시절해 김준호, 김준현, 송병철, 김대성과 했던 <비상대책위원회>의 또 다른 버전처럼 보인다. 당시에도 신랄하게 정부의 미완적인 대처를 꼬집어 시청자들에게 시원시원한 웃음을 안겨줬던 코너. 이번 서바이벌로 돌아온 <개승자>의 첫 번째 미션 13팀의 무대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돋보였던 무대가 바로 이 <압수수색>이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코미디를 원하고, 그래서 <개그콘서트>의 시즌 종영 후 코미디의 부활을 위해 다시 시작한 <개승자> 역시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코미디가 절실하다. 약자를 조롱하는 개그나 외모 비하 개그 같은 코드들은 이제 달라진 시대에 웃음보다는 불편함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그의 대상은 이제 강자들을 향할 필요가 절실해졌다. 그래서 <개승자>에 더욱 필요한 건 기득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풍자다.

물론 이러한 풍자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일이 개그맨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게 현실이다. 실제로 고소를 하거나 음으로 양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코미디 풍자의 대상이 됐다고 이런 일을 하는 기득권자들이 있다면 그 자체가 좀스러운 일이 되지 않을까. 웃음을 위한 풍자에도 발끈한다는 건 바로 풍자가 지목한 대상이 자신임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으니. 이제 적어도 코미디에 있어서 권력에 대한 풍자만큼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길 바란다. 그것이 <개승자>가 꿈꾸는 코미디의 부활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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