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백신 공조하라는 오미크론의 '접종 불평등' 경고
"4개 대륙 변이 섞여 진화했나" 코로나 대응 다시 시험대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급격한 변이를 일으킨 오미크론 변이가 주말 사이 5개 대륙 13개국에서 확인되며 개별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19를 막는 건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전세계가 공조해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지 않는 한, 언제든지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나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공식 확인하고 이튿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으로 이름 붙인 새 변이는 불과 사흘 만인 28일 남아프리카에서 1만㎞ 이상 떨어진 캐나다에서 확인됐다. 변이 감염이 확인된 여행객 2명은 오미크론이 널리 퍼진 남아프리카 지역이 아닌 나이지리아를 최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각국이 앞다퉈 남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입국 금지 조처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새 변이를 막기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이미 ‘국제적’ 성격을 띠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서도 확인된다. 남아공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이 변이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웰컴생어연구소의 제프리 배럿 코로나19 유전학 연구소장은 오미크론이 “유례가 없는 변이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알파 변이는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처음 검출돼 12월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베타는 지난해 5월 남아공에서 처음 확인돼 알파 변이와 동시에 우려 변이로 지정됐다. 감마는 지난해 11월 브라질에서 처음 확인돼 올해 1월에 우려 변이가 됐으며, 델타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됐지만 지난 4월에야 ‘관심 변이’로 지정됐다가 5월에 우려 변이로 격상됐다. 이를 볼 때 오미크론은 4개 대륙에서 처음 확인된 변이들이 어디선가 섞이며 진화한 변이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변이가 주로 보건 상황이 나쁘고 백신 접종이 부진한 지역에서 나타나기 쉽다고 지적한다. 우려 변이보다 한 단계 낮은 관심 변이 중 다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 이전에 브라질(제타), 필리핀(세타), 인도(카파), 페루(람다), 콜롬비아(뮤) 등에서 확인됐다. 특히 우려되는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는 아프리카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의 27일 현재 대륙별 백신 접종 완료율을 보면, 아프리카는 7.15%에 그쳤다. 유럽(57.8%), 남아메리카(56.4%), 오세아니아(54.6%), 북아메리카(54.5%), 아시아(47.8%)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치다.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보츠와나의 백신 접종 완료율 역시 20%에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역에서 새 변이가 발생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개별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면서 국경을 통제한다고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국제 여행객 규모를 봐도 알 수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를 보면, 국제 이동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던 지난해 4월에도 국제 여행객은 389만명에 이르렀다.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4월엔 국제 여행객이 1667만명으로 늘었고, 지난 7월 여행객은 5508만명에 달했다. 이런 규모의 이동 인구를 공항 등에서 검사해 바이러스 유입을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전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해법은 아프리카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빠르게 백신을 공급하고 보건 체계 강화를 지원하는 길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프리카연합의 ‘백신 공급 동맹’ 공동의장인 아요아데 알라키자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백신 제공과 (아프리카) 자체 백신 생산을 부자 나라들에 간청하고 애원했지만 거부당했다”며 “답은 여행 금지가 아니라 전세계에 대한 시급한 백신 접종”이라고 밝혔다. 알라키자 박사는 캐나다 맥길대학의 마두카르 파이 교수와 함께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아프리카 등에서는 결핵, 말라리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응할 보건 서비스도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은 세계가 인류 개념에 입각해 생각하고 행동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시금석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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