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연령 만 16세로 낮추자" 스위스 투표 연령 하향 두고 논쟁

박소영 2021. 11. 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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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1991년 이래 만 18세 이상 투표권을 행사

이달 칸톤 취리히, 만 16세 이상 투표권 법안 처리

"의무교육 마치는 시점 맞춰 인하" vs "미성숙한 나이"

현재 일반적으로 만 18세 이상에게 투표권이 있는 스위스에서 투표 가능 연령을 낮추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스위스 행정은 연방정부와 26개의 칸톤 그리고 더 작은 기초 자치 단체인 동 단위인 게마인데 혹은 코뮨으로 나눌 수 있다. 스위스인들은 직접 투표에 참여해 연방정부, 칸톤, 게마인데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사안들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미 통과된 사안에 대해서도 이의가 있다면 일정량의 서명을 모아 연방정부에 제출하고 재선거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1991년 성년이 만 20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현재까지 만 18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에 뿌리를 둔 란데스게마인데(민회, Landesgemeinde)를 현재까지도 시행하고 있는 칸톤 글라루스(Glarus)에서 2007년 최초로 만 16세 이상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스위스 전역에 걸쳐 투표 연령에 대한 찬반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칸톤 취리히 주의회는 4년간의 노력 끝에 만 16세 이상에게 투표권 부여 법안을 채택했다. 앞으로 칸톤 취리히에서는 헌법 개정을 위해 칸톤의 국민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의 투표권 요구는 칸톤 글라루스의 영향도 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 2018년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중심으로 청소년 기후행동 시위가 세계적으로 일어나면서 거세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9년 1월 스위스 바젤에서도 100여명의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스위스 곳곳에서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환경 운동이 스위스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많은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시위에 참가해 공동의 정치적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경험했고 자신들의 미래와 직접 관련이 있음을 깨달으면서 정치적 참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만 16세에게 투표권 부여 의제로 확대됐고, 주의회 단위의 투표연령 하향 법안 발의로까지 이어졌다.

"고령화 추세…의무교육 끝나는 시점에 투표권 가져야"

스위스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한 칸톤 취리히와 베른은 이에 팽팽한 의견으로 서로 맞서고 있다. 칸톤 취리히는 투표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취리히는 현재 유권자의 평균 연령층이 57세로, 고령화 추세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의무교육이 끝나는 만16세 청소년들이 학교 정치학 수업의 내용을 바탕으로 투표에 직접 참여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올바른 투표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게 칸톤 취리히의 일반적인 입장이다.

녹색당, 사회당 등 진보진영은 취리히를 비롯해 투표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칸톤들을 지지하고 있다. 적어도 만 16세가되면 대부분이 진로를 결정하고 자신들의 미래에 많은 관심을 갖는 시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투표권을 갖는 것은 타당하단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만 18세 돼야 서명에 법적인 효력…아직 미성숙한 시기"

반면 칸톤 베른은 이와 상반되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성년으로 인정되며 개인 서명이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발의안과 투표 시 개인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16세가 투표 참여에 참여하더라도 법적 효력은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있다. 또한 만 18세부터 선거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에 2년이란 시간 동안 투표만 가능하고 선거 출마는 할 수 없으니 이는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보수파인 국민당을 비롯한 반대 입장에는 투표권이 주어진다는 의미는 권리와 의무가 함께 따르는 것인데 만 16세란 나이는 아직 사회 경험이 적고 미숙하단 주장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자신들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참여 의욕을 보일 수 있지만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거나 미디어나 부모 혹은 타인의 의견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좀 더 성숙의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투표권 연령 하향조정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헌법 개정의 발의안이 나온 뒤 국민투표를 통해 부결될 경우 칸톤 주정부 차원의 헌법개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로선 칸톤별로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방정부 차원의 헌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스위스 프리북 = 박소영 글로벌 리포터 soyoungfavre@gmail.com

■ 필자 소개

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스위스 통신원

독어, 불어 프리랜서 번역가 

전 프리북 박물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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