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습'에 익숙해진 독일 초등학생들, 대면수업에 두려움 느껴

유채연 2021. 11. 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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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에서 대면수업 전환 이후로 두려움 느끼는 독일 초등학생들 많아

신체적 증상 넘어 '학교공포증(포비아)'으로 발전될 우려

"분리불안에 따른 불안감을 안정시킬 방법 모색해야"

올 가을 방학을 기점으로 독일에서는 많은 학교들이 수업을 대면 형태로 전환하는 가운데, 거꾸로 학교에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함부르크 에펜도르프 대학병원(Uniklinikums Hamburg-Eppendorf)이 2020년 12월 중순부터 2021년 1월 중순까지 한달간 대략 1000명이 넘는 어린이, 청소년들과 약 1,600명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약 8%가 학교 등교 혹은 대면수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자란트 대학부설병원(Klinik für Kinder- und Jugendpsychologie am Universitätsklinikum des Sarlandes)의 아동청소년 심리학과장인 에바 뫼흘러(Eva Möhler) 박사는 특히 분리불안과 의욕상실이 학교에 대한 공포를 확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리불안과 등교에 대한 두려움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면서 "팬데믹 동안 아이들에게 밖으로 나가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행위들 자체가 위험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발스테덴(Walstedden Tagesklinik) 클리닉 최고 아동청소년 정신과 의사 기울리오 칼리아(Giulio Calia)는  "코로나 기간에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못해 나쁜 성적을 받았던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서, 학교 생활과 성적에 대해 불안감과 중압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 '학교포비아(학교공포증)‘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학교 등교 행위 자체에, 그리고 대면 수업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오랜 기간 홈스쿨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던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돼 다시 규칙과 규율이 존재하는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서 학교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설명이다.

학교에 대한 두려움은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쾰른(Köln)의 학교심리학자 카렌 우딩(Karen Wooding)은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새로운 학교 생활을 시작한 학생들은 아직 한번도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아이들의 학교에 관련된 두려움은 가볍게는 울음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는 단계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 대면 수업에 공포를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새로운 일상생활의 리듬을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규칙적인 학교 방문이 습관이 되고, 자연스럽게 학교 등교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도록 도와야한다는 것이다. 

두이스부르크 에쎈 대학교 (Klinik an der Universität Duisburg-Essen) 심리학과장 마틴 크놀만(Martin Knolmann) 박사는 "급진적인 해결 방법보다 천천히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를 다그치는 것은 되려 더 큰 등교거부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놀만 박사는 부모가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 갈 수 있는 몸 상태인지 먼저 의사를 묻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 약 2시간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늘려야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에 앞서, 부모는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경우, 학교담당자 혹은 심리전문가에게 꼭 상담 받는 것을 권장했다. 애착인형이나, 장난감, 풍선껌 등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을 학교에 들고 감으로써 두려움과 불안을 달래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크놀만 박사는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자주 문을 닫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분리불안이나 학교 포비아는 결국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돼 안전한 집 밖을 나가는 연습이 앞으로도 과연 계속 지속될 수 있는지가 이 문제의 핵심 열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독일 힐데스하임 = 유채연 글로벌 리포터 ryuchaeyeon@gmail.com

■ 필자 소개

전 한글학교 교사

현 공립 힐데스하임 대학교 교육학과 재학중

프리랜서 독일어 강사 및 통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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