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제처, '귀환 국군포로에 북한 대신 배상금 지급하라'는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
"이해관계 없는 제3자 국가의 채무부담은 신중해야"
김 의원 "국군포로 승소해도 배상받기 어려운 상황"
2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제처는 최근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군포로송환법) 개정안’과 관련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검토의견을 국방부에 전달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과 함께 국군포로송환법 제11조를 개정해 정부가 북한에 억류 중 피해를 입은 등록포로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피해배상금을 지급한 경우 북한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등록포로는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였다가 귀환해 국방부에 등록된 포로를 말한다.
법제처는 김 의원이 개정안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우선 등록포로에 대한 배상금 지급 문제는 북한(채무자)과 등록포로(채권자) 사이의 법률관계이기 때문에 ‘제3자’인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법제처는 “(개정안의 전제에 따르면) 국가로 하여금 사인의 법률 관계에 관여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채무자인 북한이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을 대신해 우리 정부가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법제처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법 제469조의 ‘채무의 변제는 제3자가 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인용했다.
법제처는 아울러 세월호참사와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 유류오염사고 당시 정부가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지만, 이번 개정안과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다. 법제처는 “세월호피해지원법 등에는 배상금의 결정 및 청구 절차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면서 “이미 국군포로 및 그 가족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포로 배상금을 국가가 대신 변제할 정도로 긴급성과 필요성이 있는지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국군포로송환법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는 등록포로에게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올해 기준 182만7831원)의 43%에서 6배∼10배 해당하는 월 지원금 및 특별지원금을 비롯, 주거·의료·취업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제처는 개정안이 ‘정부가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한다’며 강제하고 있는 것도 문제 삼았다. 법제처는 “북한에(대한) 구상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가가 북한 정부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국가가 등록포로에 대해 지급하는 또 다른 형태의 지원금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지난해 7월 확정된 국군포로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계기돼 발의됐다. 6·25전쟁 당시 국군으로 복무하던 중 포로가 돼 북한에서 약 50년 간 억류된 상태로 강제노역과 차별을 당하다 2000년, 2001년 탈출한 귀환포로 원고 2명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 “피고는 원고들에게 2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에서 “최근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되어 강제노역을 했던 국군포로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는데, 현실적으로 배상금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당시 국군포로는 8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이후 포로송환 협정에 따라 정전협정 체결 전후 8343명이 송환됐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4년 기준 북한 또는 중국에 억류된 국군포로가 5~7만명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1994년 고 조창호 중위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모두 80명의 국군포로가 조국 땅을 밟았고, 지난 10월 기준 국군포로 16명이 생존해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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