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대신 '인성'으로 주는 장학금
공부보다 성품, 봉사 및 리더십 등 지닌 학생 후원
과거 성취에 대한 보상 아닌, 미래 인재의 잠재력에 투자
매년 '140 대 1' 경쟁률…7천 시간 들여 선발
중학교에 담임으로 근무하던 시절 매년 장학생을 선발했다. 하루는 한 학생을 불러서 곧 장학금이 지급될 거라는 기쁜 소식을 알렸는데 아이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지며 “저희집이 어려워서 받는건가요?” 라고 물었다. "너의 성실함과 리더십을 친구들이 인정하기 때문에 선발된 것"이라고 했지만 아이는 선뜻 내켜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장학금 자격요건에 학업 성적과 소득수준 기준치가 명시됐기 때문이다.
캐나다 장학제도도 대부분 우수한 성적을 지원 자격 첫 번째로 꼽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9일 캐나다 교육 뉴스 (Education News Canada) 에 로란 장학재단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2017년 파이낸셜 포스트가 재정 투명성 면에서 캐나다 최고의 자선 단체로 선정했던 이 재단이 이번에는 북미 장학 제공 협회(NSPA)로부터 2021년 장학금 기여 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로란 장학재단은 로란 어워드 (Loran Award)란 이름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성실성과 용기,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끈기, 주변 세계를 더 잘 이해하려는 호기심,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추진력을 가진 젊은이에게 시상한다.
2021년 장학생 중 한 명인 에이버리 윈은 학교 환경 클럽의 리더로서 지역 기후 파업을 조직하였고, 프라이드 클럽 등 정치 클럽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 하원의원을 만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젊은이들의 관점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학교 생활과 지역 사회 활동과 봉사한 점을 인정 받았다.
◆Loran 연도별 장학생 리스트 ©로란장학재단 웹사이트
이 재단은 25개 캐나다 대학 및 기부자와 협력하여 장학생들이 각자의 재능을 탐색, 개발 및 공유하도록 돕는다. 최종 선발된 학생은 멘토링 및 여름 직업 훈련을 포함하여 4년간의 대학생활 동안 최대 10만 캐나다달러 (한화 약 9천3백만원) 의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된다.
재단에서는 4년간의 멘토링을 위해 각각의 장학생들을 캐나다 지도자들과 연결한다. 2005년부터 다양한 전문 배경을 가지고 있는 414명의 멘토가 장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으며, 이들은 멘티를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소개하고 조언을 제공한다.
유명 멘토로는 전 온타리오 주 수상 밥 래, 영국 케임브리지 대 총장 스티븐 툽 등이 있다.
◆캐나다 전 재무장관 빌모노와 그의 멘티 새미라우 ©로란장학재단 웹사이트
멘토 빌 모르노 캐나다 전 재무장관과 멘티 새미라우는 다양한 환경에서 매월 만났는데, 새미라우는 이러한 만남이 특히 유익했다고 말했다.
빌 모르노 전 장관은 멘토링 경험은 젊고 의욕적인 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젊은 캐나다인들은 이미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미래에 계속해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성장하는 학생에게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멘토의 특권이라는 것이다.
재단은 여름 12주동안 직업 훈련을 실시하여 장학생들이 의미 있는 업무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독려한다. 캐나다 또는 해외에서 경험 할 수 있으며 두 해 여름 동안 최대 1만 4천 캐나다달러(한화 약 1천3백만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이밖에도 2월에 열리는 전국 장학생 포럼, 9월 리더십 수련회, 대학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장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한다.
4학년에는 로란 동문들에게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조언도 받는다.
교사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도 마련한다. 장학생들이 졸업 후 마지막 행사로 시상식을 열고 모교 교사들을 초대해 학생들을 잘 성장시켜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장학생과 그들의 모교 교사 ©로란장학재단 웹사이트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다수의 장학금 기부자들도 역시 로란 장학생 출신이다. 그들이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환경이나 학업 순위보다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로란 재단의 길은 다른 장학재단들에게 귀감이 되는 행보가 될 것이다.
캐나다 = 여지영 글로벌 리포터 negation22@naver.com
■ 필자 소개
전 중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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