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의 불협화음..삐걱이는 尹 선대위
김병준 선대위원장 두고는 李 "전투지휘 능력 우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대선 캠프 인사(人事)를 두고 연일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이 불발된 데 이어, 이 대표가 반대했던 인사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됐다. 대외적으로는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정체국면에 빠질 경우 두 사람 간의 이견이 내홍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첫 중앙선대위회의를 주재했다. 윤 후보를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이 대표가, 왼쪽에는 김병준 선대위원장이 앉았다. 윤석열 대선 캠프를 지휘하는 '쓰리톱'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다만 첫날부터 지도부 간 이견이 표출되며 회의장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후보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다.
앞서 이 대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교수 영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간 국민의힘은 20대 남성, 이른바 '이남자'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 남초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스트 학자로 분류되는 이 교수를 영입하면, 그간 국민의힘이 보여줬던 색(色)을 해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우려했다. 이에 이 교수는 2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 영입을 두고 당내 논쟁이 길어지면 내가 윤 후보를 굳이 도울 이유가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반대에도 이 교수 영입을 강행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의 뚜렷한 '콘셉트'를 강조하고 있지만, 윤 후보는 다양한 인사가 모이는 '용광로 선대위'를 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중앙선대위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표성이 있는 분들이 용광로 같은 정당에 모이는 만큼, 그런 차원에서 (이 교수를) 모셨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마이웨이 인사'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대표는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선대위라고 하는 것은 결국 인사로서, 앞으로 방향성을 보여줘야 되는 것"이라며 "이 교수가 생각하시는 여러 가지 방향성이란 게 우리 당이 2021년 들어와서 견지했던 방향성과 일치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강하게 들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후보가 결심하면 당연히 영입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우리 지지층에게 혼란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며 반대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밀어붙인 '김병준 카드'에도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비해 김 위원장의 선대위 지휘 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병준 위원장을 원톱으로 하는 체제가 오늘 부로 출발한다. 그런데 김병준 위원장이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은 우려가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김병준 위원장을 평가 절하하지도 않는다"고 전제했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불안감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인사 정책 전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는 "결국 인사는 후보가 모든 권한을 가져가는 것인데 후보의 대전략이 대통합 또는 모든 사람을 그냥 쓰자는 취지 같다"며 "거기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이 그게 옳지 않다는 식의 경고를 했는데 모르겠다. 콘셉트 자체를 그렇게 잡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조금 더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 다시금 '김종인 카드'의 필요성이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항상 김 전 위원장 영입 과정은 꼭 영입하려는 사람들이 꼭 뭔가 찍어 먹어봐야 하는 느낌으로, 꼭 그다음 단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정권교체 바람 때문에 우리 후보가 우위를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후보가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 인사 정책에 이 대표가 수긍하지 못하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윤 후보는 사람을 두루두루 넓게 쓰자는 주의다. 그래서 보다 더 선명한 색을 원하는 이 대표로서는 답답할 수 있다"며 "보기에 분명 아슬아슬한 지점이 있다. 두 사람 사이를 조율할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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