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김현주 "내가 극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해본 적 없다" [인터뷰]
[경향신문]
“작품을 할 때마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 뭐 하나만 더 하고 끝냈으면 좋겠다, 어 이거 안 해봤는데 이거만 더 하고 그만할까, 이런 마음을 해소하며 연기해 왔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도 그래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던 거고요. 드라마 <왓쳐> 이후 (장르물 연기에 대해) 없었던 자신감도 좀 생겨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29일 기준 일주일 연속 전세계 1위를 사수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에서 민혜진 변호사 역할을 맡은 배우 김현주는 지난 26일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민혜진은 정진수(유아인), 진경훈(양익준), 배영재(박정민) 등 주요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1화부터 6화까지 전 회차에 등장하며 극을 끌고 간다. 흐름이 반전되는 3~4화를 기점으로, 민혜진 역시 역할이 전환된다. 3화까지는 변호사로서 법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새진리회에 대적한다. 새진리회가 사법체계까지 장악한 4화부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구한다. 김현주는 “내가 극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보일 우려가 있는 드라마 전반부와 후반부를 연결해주는 브릿지(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했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해 연기에 힘을 주지 않은 게 작품 흐름에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단단한 배우, 믿음직스러운 배우라는 김현주의 이미지는 <지옥> 캐스팅의 배경이 됐다. 앞서 지난 16일 제작발표회에서 연상호 감독은 “배우가 아주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민혜진의 베이스가 된다고 생각했다”며 “민혜진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 김현주 외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현실에 단단히 발붙인 채로 낙관하지도 비관하지도 않은 채 살아남는 민혜진 역할에 김현주가 제격이라고 봤다.
김현주는 민혜진을 막연히 강인한 캐릭터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다만 믿었던 정의가 무너진 뒤에도 다시 일어날 힘을 내는 ‘가장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봤다. 김현주는 “민혜진이 이상적인 캐릭터라면 끝까지 믿었던 법으로 부딪혀 싸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죽음과 화살촉의 광기를 마주하면서 민혜진도 성향이 변질됐다”며 “그렇지만 끝까지 인간의 세상. 인간의 자율성을 믿었다. 무너진 후에도 다시 대적할 힘을 만들어냈다. 흔들려서 더 현실적이고, 바로 설 수 있어서 더 힘 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도, 액션신도, 원작 웹툰이 있는 작품도 김현주는 처음이다. 그러나 비슷한 역할에 안주하는 것 같다가도 다른 역할, 다른 장르로 도약하는 배우인 김현주에게 <지옥>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김현주는 “(작품을 고를 때) 다르게 해야지, 변화를 줘야지. 이런 건 없었다. 자연스럽게 흘러왔던 거 같다”고 했다. 이번 작품과 로맨스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도 “결국은 모두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지옥>은 비현실적 설정이 있지만 결국 인간 사이의 일들이다. 장르보다는 (연기하는) 캐릭터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고 답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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