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학대 계모 '정인이법' 송치.. "친부도 침대에서 아이 발로 밀어" 전처 진술

계모에 형량 높은 아동학대살해 혐의 적용

3세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모씨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세 살배기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의붓어머니가 '정인이법'을 적용받아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피해 아동의 친부 역시 아이를 침대에서 발로 밀어 떨어뜨린 정황이 포착돼 방임 및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던 이모(33)씨의 혐의를 상습아동학대와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변경해 29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지난 3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의 신설 조항으로, 이 혐의가 인정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을 받는 아동학대치사죄보다 형량이 높다. 또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지는 살인죄보다도 높은 법정형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10월 이후 최소 두 차례 피해 아동을 상습 학대했다. 경찰 관계자는 "효자손으로 종아리를 때리거나 발로 차는 학대 행위가 확인됐고, 살해 당시엔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이씨의 지인들은 이씨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육아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피해 아동이 평소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체벌해왔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체벌이 있었음은 시인했지만 "살해 당시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

경찰은 친부가 피해 아동을 학대한 정황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친부가 과거에 침대에서 피해 아동을 발로 밀어 떨어뜨린 적이 있다는 친모의 진술이 있었지만, 친부는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피해 아동을 효자손으로 때린 후 '힘들다'며 친부에게 학대 사실을 알렸지만, 친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 살짜리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사망한 아이의 몸에서 멍과 찰과상 등 학대 정황을 발견한 뒤 당일 이씨를 긴급체포하고 주거지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23일 이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으며, 피해 아동의 친부도 같은 날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피해 아동의 몸에서는 치명상인 직장(대장) 파열 외에도 상습적 학대가 의심되는 뇌출혈 흔적, 고인 혈흔, 찍힌 상처 등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일 이씨에 의해 강한 가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