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조민 학생부 요청..교육청 "동의 없인 불가"

한영외고, 고려대 요구에 교육청 측 판단 요청
교육청 "입학전형 기간 경과..본인 동의도 없다"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입학취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고려대학교가 조씨의 모교인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 학생부 사본을 요구했으나 서울시교육청 측이 '졸업생의 동의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자료를 제출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려대는 지난 8월31일 한영외고 측에 입시 제출 서류 부정 문제와 관련된 학사 행정 처리 목적으로 조씨의 학생부 사본을 제출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고려대가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난 이후의 시점이었다.

한영외고 측은 고려대의 요청과 관련해 교육부에 "조 전 장관 측으로부터 조씨의 동의없이 학생부를 제공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관련 법에 따라 고려대에 학생부 사본을 제공해도 될지 판단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교육청은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의거해 ▲현재 입학 전형기간에 해당하는지 ▲졸업생의 동의없이 자료 제출이 가능한지 등을 검토, 입학 전형 기간이 경과했고 졸업생의 동의가 없다면서 한영외고가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 6은 학생과 학생의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없이 제3자에게 학생 관련 자료를 제공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 학교생활 기록을 상급학교 학생 선발에 이용하기 위해 제공하거나 이밖의 관계 법률에 따라 제공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한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은 "한영외고도 조씨 관련 서류가 기간 경과(5년)로 폐기돼 사실관계가 확정된 판결문을 객관적 증빙자료로 보고 심의를 거쳐 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황보승희 의원은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조씨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학생부를 정정해도 입학전형 기간이 아니므로 한영외고가 고려대에 학생부를 제출할 수 없다"며 "정정한 학생부를 입수하지 못하면 고려대는 조씨의 입학 취소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진학한 대학교에서 입학 관련 조사를 위해 졸업생 학생부를 요청하면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지난 8월 입학취소처리심의위를 구성했으나 약 3개월 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고려대 측 규정에 따르면 입학 사정을 위해 제출된 자료에서 중대한 흠결이 발견됐을 경우 입학취소처리심의위에서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 한 고려대 관계자는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고 언급했다.

조씨는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 이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올해 1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바 있다. 그러나 조씨의 모친인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9년 조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 등을 받고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1·2심 재판부는 조씨의 이른바 '7대 스펙'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조씨의 '7대 스펙'은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어학원 교육원 보조연구원 활동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확인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확인서 ▲공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인턴확인서 ▲단국대학교 의과학연구소 인턴확인서 등이다. 이 중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활동·논문 등 4개의 스펙은 고교 생활기록부에 포함돼 조씨의 고려대 입학 당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는 지난 8월24일 정 전 교수에 대한 항소심 판결 등을 검토한 결과 조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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