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마무리 수순·대장동도 속도..특검 안 하나 못 하나
이재명 특검 수용 방침 이후 여야 특검 논의 소극적 돌변
별도 특검은 이미 늦어..상설 특검은 與에 유리해 野 거부
"특검 '위험 부담' 여야 모두 원치 않아..프레임 만들기만 열중"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고발 사주’ 의혹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대장동 의혹 2라운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그간 제기됐던 이 두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특검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야 모두 현 시점에서 특검이라는 중대 변수가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도 지난 22일까지 대장동 4인방을 모두 기소한 데 이어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서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명단이라며 공개한 ‘50억 원 약속 그룹’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인 박영수 전 특검,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을 지난 26일부터 잇따라 소환했다. 성남시 등 ‘윗선’ 수사만 남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여야가 특검 논의를 사실상 개점휴업한 상태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검 도입을 둘러싼 여야의 이 같은 소극적 행보 속에 29일부로 20대 대통령 선거일이 정확히 100일 남은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특검은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론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18일 조건 없는 특검 수용 방침을 밝혔지만, 오히려 그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특검 대상과 방식을 두고 큰 이견을 보이며 공식 협상 테이블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측이 주장하는 별도 특검의 경우 여야가 지금 당장 극적 합의를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특검법 통과, 특검 임명과 수사팀 구성 등의 기간을 고려하면 수사 개시까지 40일 안팎의 시간의 소요 돼 1월 중순은 돼야 수사 시작이 가능하다. 수사 기간 60~90일을 고려하면 내년 2월 13일 대선 후보 등록일은 물론 선거일인 3월 9일까지도 수사 결과가 사실상 나오기 힘들다.
준비 기간이 짧은 상설 특검의 경우 국민의힘 측 반대로 도입이 어려워 보인다. 상설특검은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가 2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특검추천위에 당연직 위원으로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이 들어가 있어 여당에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반대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선까지 이제 100일 남은 상황에서, 특검 구성까지만도 한 달이 넘게 걸리는데 별도 특검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상설특검의 경우 추천위원 구성에서 여당에 유리할 수 밖에 없어 역대 14번의 특검 중에 유일하게 ‘세월호 참사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서만 도입됐는데 야당이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여야 할 것 없이 서로 강력하게 요구하던 특검에 대한 논의가 정작 이 후보의 ‘무조건적인 특검 수용’ 방침 이후 오히려 잠잠해진 것을 두고,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은 일단 들어가면 대부분 기소를 하는데다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나 소환을 하면 투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여야 모두 염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목상으로는 특검을 외치되 정작 특검이라는 중대 변수가 등장하길 서로 바라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의 변호사는 “실제 특검을 도입하면 위험 부담이 있고 특검을 해도 후보 등록 이전에 결과를 내놓기 힘든 것도 알고 있으면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 상대방이 거부했다는 프레임만 만들면 유리하다는 생각으로 수 싸움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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