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형 IPO 기업 절반은 공모가 보다 주가 낮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기록적인 시가총액으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던 기업들 가운데 약 절반의 주가가 공모가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자본 회전률을 높이려고 상장 직후에 주식을 투매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미 금융정보기업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영국과 홍콩, 인도, 뉴욕 증시에서 IPO로 10억달러(약 1조193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기업 43곳을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 기업들 가운데 49%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다. 대형 IPO 기업 중 상장 1년 안에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는 비중은 2019년에 33%, 2020년에 27%였으나 올해는 그 비율이 대폭 증가했다. 영국 배달 어플리케이션 딜리버루는 상장 첫날 주가가 26% 추락했고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차량공유 기업 디디추싱의 주가 역시 40% 이상 내려갔다. 인도 결제서비스 기업 페이티엠의 주가도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20% 가까이 떨어졌다.

이러한 성적은 올해 증시에 들어간 돈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언스트영에 따르면 올해 국제 증시에서 기업들이 IPO로 조달한 자금은 33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24% 상승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 부진은 크게 3가지 원인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선 홍콩 상장 기업들은 IT 기업을 노린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 조치에 큰 피해를 입었다. 동시에 상장 주간사들이 애초에 기업 가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올해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IPO를 13건 진행했으나 이 가운데 9개 기업들의 주가가 현재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모간스탠리가 주간한 10억달러 이상 IPO 14건 중 6개 기업들의 주가 역시 공모가 아래다.

FT는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의 조급한 마음을 지적했다. 영국 애버딘 자산운용의 제임스 톰 선임 투자국장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올해 IPO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팽배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에 따르면 각국 투자자들은 지난 10년동안 사모펀드에 2조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미 증시에서 거둔 수익률은 2009년 이후 매년 15% 수준으로 일정했다. FT는 이를 두고 투자자들이 바로 다음 IPO를 위해 자본 회수를 서둘렀다며 상장 이후 주식을 빨리 처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