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빈의 빈공약] 李도 尹도 250만호 주택공급 공약, 땅은 어디서 확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공약보다는 후보의 과거 흔적, 그에 대한 공세가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대선은 시대정신을 재점검하는 공론의 장으로 통하지만 치열한 정치적 공방 속에 막상 공약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최예빈의 빈 공약' 시리즈는 묻혀버린 대선 주자들의 공약들을 주제별로 파헤친다. 빈(空) 공약일 수도, 어쩌면 빛나는 빈(彬) 공약일 수도 있다.
임기 5년 내 전국 250만호 공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동일한 물량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법은 정반대다. 공공 중심의 이 후보 공약과 민간 중심의 윤 후보 공약은 대척점에 서 있다. 현실성 측면에선 두 후보 모두 부족함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후보 주택 공급 공약의 핵심은 '기본 시리즈' 연장선상에 있는 기본주택이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도록 설계한 주택을 말한다.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과 달리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 충분한 면적의 고품질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기본주택은 건축물만 분양하는 분양형과 건축물도 장기 임대하는 임대형으로 나뉜다. 임대형의 경우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차료를 내면 3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데 전용 85㎡ 기준 월 60만원 선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에 대해 "현재 30년 이상의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취약계층용으로 좁은 면적, 나쁜 위치, 열악한 주거 조건으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데 그나마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5%도 안된다"며 "임기 내에 주택 공급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으로 100만호 이상을 공급해 장기임대공공주택(토지임대부 분양 포함)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주택 공급 정책에 있어서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은 이 후보의 철칙이다. 공공개발로 발생한 개발이익을 최대한 정부가 환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도 개발사업 국가이익환수를 대폭 확대하는 이른바 '대장동 방지법'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회에는 민간 이윤을 6% 또는 10%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이 후보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개발이익 공공 환수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자고 제안했다. 개발이익을 전 국민에게 직접 돌려주자는 발상이다.
윤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주도로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250만호를 공약했는데 그 가운데 청년원가주택으로 30만호, 역세권 첫 집으로 2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들에게 85㎡ 이하 규모의 주택을 건설원가로 분양하는 형태의 주택을 말한다. 5년 이상 거주 후에는 국가에 매각해 애초 구매 원가와 차익의 70%를 더한 금액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청년들에게도 부동산 투자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일각에선 청년원가주택에 대해 기본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윤 후보 측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기본주택은 주로 공공임대주택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최초 건설 공급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관리하는 데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윤 후보도 공공임대주택을 택했지만 공공분양주택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가구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인 '역세권 첫 집 주택'도 있다. 역세권 첫 집 주택도 토지임대부 방식을 택했다. 민간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고 역세권 인근 저활용 국공유지 등을 복합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기부채납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5년간 2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 윤 후보 모두 토지임대부 형태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유권자들 다수는 기시감이 든다고 토로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선거철마다 이름만 바꿔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경기 군포시에 시범사업으로 처음 도입했던 공공자가주택은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됐지만 전체 물량 중 92.4%가 미분양됐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에 '반값 아파트'란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택지가 전체 집값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토지임대부 주택은 간단하게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실패를 반복했던 이유는 택지가 여전히 국가 소유라서 집을 분양받은 사람도 매달 별도 토지 임차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반전세'와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공공 용지 아니면 택지를 구하기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어려움이다. 반값 아파트가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뿐더러 시간이 흘러 구축이 돼 자산가치가 하락할 때는 문제가 더 커진다. 유승민 캠프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은 유경준 의원은 청년원가주택에 대해 '폭탄 돌리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주택이 소멸되거나 시장에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면 결국 국가가 정해진 환매 금액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며 "총 지불 비용은 879조원에 달하는데 정책 초기에 지불되지 않은 정책 비용이 모두 후불로 지불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주택 공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택지를 구하는 것이다. 이 후보도 다양한 용지를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경인선 지하화, 김포공항, 성남공항, 옛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수원 공군비행장, 용산, 강남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인선을 지하화해 서울 주요 역사 용지에 택지를 확보하거나 김포공항을 인천공항과 통합 이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최대 20만가구를 지을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5년 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어느 하나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윤 후보 측은 아직 구체적인 실현 계획은 없고 공약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두 대선후보 모두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250만호 공급의 실현 가능성이 0%라고 보고 있다. 건설사 사장을 지냈던 만큼 부동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보금자리주택 32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공급된 것은 21만가구에 그쳤다.
설령 250만호가 전부 다 지어지더라도 공급 과잉으로 부동산 가격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노태우정부가 200만호 주택 공급으로 10년간 부동산 침체기가 왔던 사례가 있다. 부동산 폭락은 폭등만큼이나 실물경제에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문정부에서 발표한 공급 대책이 일부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예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안철수 "10년 전 투자한 로블록스 1287배 수익…2000만원이 250억 돼"
- "부당한 차별"…`방역패스` 의무화에 뿔난 자영업자·미접종자
- [속보] 코로나19 위험도 전국·수도권·비수도권 모두 `매우 높음`
- "한국, 직장 없는 청년 `니트족` OECD 13개국 중 3위"
- `속옷차림` 등장부터 파격…승무원 유니폼 `성상품화 논란`, 이 여성의 정체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스멀스멀 떠오르는 엔비디아 ‘저평가론’
- “가상 부부의 인연에서 진짜 우정으로”… 김소은, 눈물 속 故 송재림 배웅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