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이 암컷 포식..몽펠리에뱀의 '미스터리'

조홍섭 2021. 11. 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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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수컷이 암컷을 잡아먹는 사례가 몽펠리에뱀에서 잇달아 밝혀져 눈길을 끈다.

연구자들은 시민과학자들이 관찰해 전문가의 검토와 승인 아래 기록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남프랑스의 몽펠리에뱀 성체 수컷이 같은 종 성체 암컷을 포식 또는 포식하려 한 3건의 사례를 발견했다.

보통 동종포식에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예는 흔해도, 수컷이 암컷을 먹는 예는 찾기 힘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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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프랑스 몽펠리에뱀서 3건 확인..사마귀·거미와 정반대, 먹이 부족? 호르몬 변화?
덩치가 작은 암컷을 삼키고 있는 수컷 몽펠리에뱀. 성적 동종포식에서 수컷의 암컷 포식은 이례적이다. 마리-조지 세리 제공.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https://bit.ly/3kj776R 같은 종끼리 서로 잡아먹는 동종포식은 1500종의 동물에서 발견되는 흔한 행동이다. 특히 사마귀나 거미 암컷이 짝짓기 전후나 도중 수컷을 잡아먹는 성적 동종포식은 널리 알려졌다.

반대로 수컷이 암컷을 잡아먹는 사례가 몽펠리에뱀에서 잇달아 밝혀져 눈길을 끈다. 자비에 글라우다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랜드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동물행동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사례를 보고하고 왜 이런 행동이 나왔는지 추론했다.

연구자들은 시민과학자들이 관찰해 전문가의 검토와 승인 아래 기록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남프랑스의 몽펠리에뱀 성체 수컷이 같은 종 성체 암컷을 포식 또는 포식하려 한 3건의 사례를 발견했다. 지중해 일대에 서식하는 이 뱀은 길이 2m까지 자라는 큰 뱀으로 다른 뱀을 먹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뱀 포식자는 아니고 쥐, 개구리, 곤충, 새 등을 기회가 닿는 대로 잡아먹는다.

동종 암컷 성체를 포식하는 수컷 몽펠리에뱀. 관찰자가 개입하자 토했고 암컷은 살아 도망쳤다. 오렐리앙 궤 제공.

2013년 4월 길이 170㎝의 수컷이 120㎝의 암컷을 삼키는 모습이 관찰됐다. 같은 해 10월에도 130㎝ 수컷이 70㎝ 암컷을 삼키는 모습을 시민과학자가 촬영했다. 지난해 8월에는 130㎝ 수컷이 90㎝ 암컷의 목 뒤를 물고 잡아먹으려는 모습이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뱀의 색깔과 무늬로 성별과 성숙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암컷을 잡아먹기 위해 목 뒤를 물고 있는 수컷 몽펠리에뱀. 관찰자가 다가오자 암컷을 놓고 도망쳤다. 필립 바이열 제공.

보통 동종포식에서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예는 흔해도, 수컷이 암컷을 먹는 예는 찾기 힘든 이유가 있다. 수컷은 짝짓기 뒤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나고 암컷이 생식을 도맡는 대부분의 동물에서 암컷은 늘 부족하다. 연구자들은 “암컷을 잡아먹는다면 결과적으로 수컷의 잠재적 짝짓기 상대를 잃는 셈”이라고 밝혔다.

사마귀 암컷이 짝짓기 도중 수컷을 잡아먹는다면 암컷은 충실한 알을 만들기 위한 영양분을 확보하는 셈이지만 수컷도 다른 짝짓기 기회는 잃겠지만 더 튼튼한 자손을 남기니 꼭 손해만은 아니다.

짝짓기 도중 수컷을 잡아먹는 왕사마귀 암컷. 수컷을 잡아먹은 암컷은 번식 성공률이 높아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짝짓기 때 수컷을 잡아먹은 북미산 낚시거미 암컷은 그렇지 않은 암컷보다 더 크고 많은 알을 낳았고 새끼의 생존율도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흥미롭게도 수컷과 비슷한 크기의 귀뚜라미를 먹인 낚시거미 암컷에서는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컷의 몸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동종포식은 성체가 새끼를 잡아먹는 형태라고 밝혔다. 동종포식을 하는 포유류 종의 84%와 파충류 종의 80%가 여기 해당한다. 성체 사이의 동족포식은 짝짓기와 관련된 것이 많고 이때 먹히는 쪽은 늘 수컷이다.

몽펠리에뱀은 약한 독이 있지만 사람에 피해가 없어 박해를 받지 않았고 지중해 일대에 개체수가 많다. 뱀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전문적 뱀 포식자는 아니다. 디에고 델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면 왜 몽펠리에뱀 수컷은 암컷을 잡아먹었을까. 연구자들은 먼저 “정상적인 포식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 사례 모두 큰 개체가 작은 개체를 먹었다. 이 뱀은 수컷이 암컷보다 덩치가 큰 종이니 공교롭게 암컷이 모두 먹이가 됐다는 가설이다.

연구자들은 “먹이 부족이 이런 행동을 불렀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직후인 4월에 벌어진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는 “서식지에 먹이 자원이 한정돼 있는데 개체수가 너무 많은 결과일 수도 있다”고 논문은 적었다.

세 건의 사례가 모두 짝짓기 철 직전이나 직후에 일어난 점을 들어 “수컷의 호르몬 상태 변화가 짝짓기 대신 포식 행동을 촉발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암컷이 이미 임신상태였을 수도 있고 암컷의 짝짓기 거부가 수컷의 미래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포식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곤충과 거미 등 절지동물에서 주로 연구되던 성적 동종포식이 척추동물에서 그것도 뒤바뀐 성별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연구자들은 “문제는 이런 행동이 몽펠리에뱀과 나아가 자연계에 얼마나 흔한가이다”라며 “목격하기 힘든 이런 동종포식 사례가 시민과학자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Ethology, DOI: 10.1111/eth.1323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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