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 만졌다"..불법 카풀女, 신고당하자 "강제추행" 무고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2021. 11. 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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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GettyimagesBank
불법으로 유상운송 행위를 하던 여성이 ‘카풀(승차 공유)’로 태운 남성에게 신고당하자 앙심을 품고 “장애인을 강제 추행했다”며 거짓 고소한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28일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건사고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A 씨는 택시를 기다리는 남성 B 씨에게 “내가 카풀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차량에 태웠다.

목적지에 도착한 B 씨는 비용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해당 차량이 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불법영업 차량인 것을 알게 됐고, B 씨의 부친은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화가 난 A 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B 씨를 ‘장애인 강제추행’으로 신고했다. 실제 A 씨는 법적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었다. 그러나 센터는 “A 씨는 신체적으로 장애인일 뿐, 지적 장애가 없는 자로서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자”라고 지적했다.

당시 A 씨는 B 씨와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 그러나 A 씨는 경찰에게 “B 씨가 차량 뒷자리에서 윗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져 강제로 추행했다”고 진술했다.

협박성 허위 문자…“법적 장애인이라는 점 이용”

A 씨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B 씨에게 협박성 허위 문자도 계속해서 보냈다.

그는 “네가 내 젖가슴을 주물러 치욕스러움에 잠을 못 잤다. 정신과병원 가서 치료해야지”, “어젯밤에도 네가 내 젖가슴을 주물러 치욕스러움에 잠도 못 잤다. 오늘은 C 기관에 가서 이 사실을 진술해야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전송했다.

센터는 A 씨가 특정 여성폭력 전문 상담기관까지 언급하며 허위 문자를 보낸 것이 “자신이 법적 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센터에서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진술하면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도 B 씨가 성추행범이 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A 씨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일선 경찰서가 아닌 C 기관에서 DNA 채취 등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B 씨의 DNA는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블랙박스도 제출하지 않았다.

A 씨는 C 기관에서 상담받을 때 “유상운송 행위를 한 게 아니라 집으로 가던 길에 B 씨가 비를 맞고 택시를 못 찾고 있어 데려다주고 친한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센터는 이에 대해 “A 씨가 자신의 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을 숨기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C 기관은 A 씨의 진술에 대해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않은 채 B 씨를 강제추행 피의자로 조사했다.

담당 수사관 “진술에 신빙성 없어” 재조사 요청

그런데 해당 지역 경찰청의 담당 수사관이 B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C 기관 조사의 문제점을 인지하며 상황은 뒤집혔다.

수사관은 ▲A 씨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각 B 씨는 계속 통화 상태였다는 점 ▲A 씨의 집이 B 씨의 집과 반대 방향이었다는 점을 봤을 때 “A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C 기관에 재조사를 요청했다.

사진=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이에 C 기관이 재조사를 한 결과 ▲A 씨의 신고 경위가 부자연스러운 점 ▲A 씨와 B 씨의 거주지가 전혀 반대 방향인 점 ▲중간에 만나기로 했다던 지인은 오래전부터 연락도 안 한 사람인 점 ▲B 씨의 DNA가 추출되지 않는 점 등에 따라 A 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B 씨는 A 씨가 추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각 당시 B 씨의 통화 내역, 계좌이체를 잘못해 3번 이상 오류가 난 내역 등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최종적으로 B 씨는 ‘증거 불충분’ 처분을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센터 측은 “국가공무원을 공부하던 B 씨는 장애인 강제추행 범죄자가 돼 꿈을 잃을 뻔했다”며 “수사기관은 A 씨의 무고에 대해 수사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아무런 형사 처리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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