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추우면 생각나는 코리안 패스트푸드, 팔도국밥여행지도

이은지 2021. 11. 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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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1월 29일 (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 이우석 놀고먹기 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오면서 점심메뉴 선택할 때 뜨끈한 국물 생각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뚝배기에 끓여낸 진한 국물에 밥 한 덩어리 말아 먹는 국밥! 간단하면서도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데요. 올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팔도 국밥여행 떠나보려고 합니다. 놀고먹기 연구소 이우석 소장 화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우석 연구소장(이하 이우석): 네, 안녕하세요.

◇ 이현웅: 요즘 날씨 추워져서 국밥 생각 많이 나는데요. 소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국밥은 뭔가요?

◆ 이우석: 저는 국밥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가리지 않고 먹는데요. 그런 건 있습니다. 저녁에 삼겹살과 고기류를 먹었다면 다음날은 해산물이 들어있는 국밥을 선택하고요.

◇ 이현웅: 어떤 게 있죠?

◆ 이우석: 해산물 국밥 많죠. 황태, 북어, 복국, 매생이국밥 이런 것들이 다 해산물 국밥이죠. 또 요즘 시즌이니까 굴국밥. 뜨끈하게 맛이 제대로 든 굴국밥을 밥과 굴을 한 조각씩 올려서 싹 입에 넣으면 온몸에 온기가 채워지고 한기는 세 시간 정도는 완전히 잊을 수 있습니다.

◇ 이현웅: 국밥 먹다보면 밥과 국을 따로 주는 곳도 있고, 뚝배기에 같이 넣어서 주는 곳도 있는데, 이게 다 이유가 있는 건가요?

◆ 이우석: 원래 국밥이라는 게 사실 우리나라 전통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국밥을 시장통에서 5일장이 열리면 재래시장에서 국밥을 팔았는데요. 국밥하시는 분들이 이른 아침에 준비를 합니다. 밥을 먼저 해놔요. 불이 식당처럼 많은 게 아니라 화력을 이용해서 밥을 짓고, 거기다가 국을 한 솥 끓입니다. 그동안 밥이 식잖아요. 식은 밥을 뜨거운 국물에 찰방찰방 국자로 몇 번 넣어서 데웁니다. 그 과정을 토렴이라고 하는데요. 토렴을 하는 과정에서 밥알의 전분이 국 안에 놀아들게 되고 국물이 밥알에 골고루 배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토렴 방식으로 국밥을 뜨겁게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내셨는데, 지금은 화력도 굉장히 세지고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먹을 때 뜨거운 국밥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지니까 아예 밥을 넣거나 공깃밥으로 내고 부글부글 끓여서 나오는 경우가 많죠.

◇ 이현웅: 이제 국밥을 지역별로 살펴볼까 합니다. 일단 저는 국밥 하면, 전주의 콩나물국밥이 먼저 생각나거든요. 왜 전주의 콩나물국밥이 유명합니까?

◆ 이우석: 전주는 원래 대대로 물이 좋아서 콩이 제대로 유명한 특산물입니다. 그래서 콩을 잘 키운 콩나물을 가지고 국밥을 많이 끓이는데요. 전주 쪽이 그래서 두부와 콩국수까지 유명합니다. 콩으로 된 콩콩콩 시리즈가 있습니다.

◇ 이현웅: 콩나물국밥집에 가면 날계란을 따로 주더라고요. 이건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

◆ 이우석: 콩나물국밥이 그냥 국밥이 아니라 해장국밥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해장을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단백질과 충분한 수분 공급입니다. 그래서 계란이 단백질 부분을 담당하는 요소죠. 그래서 같이 풀어서 드셔도 되고요. 그릇에 따로 담은 다음에 펄펄 끓는 국밥을 끼얹어서 나중에 수란처럼 만들어서 드셔도 좋습니다.

◇ 이현웅: 이번에는 부산으로 가보겠습니다. 부산 하면 역시 돼지국밥이죠?

◆ 이우석: 그렇죠.

◇ 이현웅: 그런데 저는 부산 하면 해산물 국밥이 유명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왜 돼지국밥이 유명해진 걸까요?

◆ 이우석: 물론 부산에 유명한 해산물 국밥도 많습니다. 특히 복국 같은 경우는 부산이 거의 원조를 자처하고 있는 지역인데요. 그거 말고도 대구탕 이런 국밥도 많지만, 부산이라는 곳의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어요. 피란 시절에 우리나라의 수도였거든요. 피란 수도 역할을 겪으면서 이북 쪽에서 월남하신 분들이 많아졌어요. 영화 <국제시장> 보시면 미군 군함을 타고 내려오신 피란민들이 대부분이 함경도 이북 쪽에서 많이 오셨는데, 이분들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던 문화가 있습니다. 값싼 돼지뼈와 돼지고기의 잡육들을 넣어가지고 끓여서 팔던 음식이 바로 이북식 돼지국밥이고요. 원래 부산이 속해있던 경남 쪽에서 자생적으로 발달한 돼지국밥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두 문화가 만나가지고 다양한 돼지국밥의 전성기를 부산에서 구가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역사적인 원인도 같이 숨겨져 있었군요.

◆ 이우석: 네, 음식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활상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부산의 독특한 돼지국밥 문화가 발달하게 됐습니다.

◇ 이현웅: 저는 부산 돼지국밥 생각하면 빨간 국물에 돼지고기 숭숭 들어가 있는 걸 생각하는데요. 가끔 어딘가는 뿌옇고 맑은 국물도 있더라고요. 이거 어떻게 다른 건가요?

◆ 이우석: 맑은 국물 같은 경우엔 사골보다 살코기로 주로 끓여내는 돼지곰탕식이 많고요. 빨갛다는 건 다진 양념을 넣으셔서 그럽니다. 보통은 뽀얗게 나옵니다. 아예 돼지 사골을 넣어서 뽀얀 국물을 우려내면 머리뼈와 돼지의 네 다리를 넣어서 끓인 국은 뽀얗게 나오는 거고요. 살코기 위주로 끓인 건 맑은 국으로 나옵니다. 그 위에 부추무침을 확 얹어서 드시면 색깔이 부추 양념에 묻은 고춧가루 때문에 살짝 빨개지기도 하죠.

◇ 이현웅: 벌써 생각만 해도 침이 고입니다. 거기 조금 옆으로 가면 여수에서도 돼지국밥을 판다고 들었어요. 여기는 특징이 어떻게 됩니까?

◆ 이우석: 여수 돼지국밥은 사실 여수, 순천 이 쪽에서 많이 드시는 돼지국밥인데요. 돼지국밥에 콩나물이 들어가면서 조금 시원한 맛을 냅니다. 살코기와 내장을 잘게 썰어서 콩나물을 넣게 되면 콩나물에서 물기가 나와서 국물이 조금 맑아지거든요. 그래서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내는 그런 돼지국밥으로서 순천의 아랫장, 그 다음에 웃장에 국밥골목이 있고요. 부근의 여수, 광양 이런 쪽에서도 이런 스타일의 전라남도식 돼지국밥을 맛 볼 수 있습니다.

◇ 이현웅: 그냥 팔도를 돌면서 국밥만 맛봐도 굉장히 다양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이우석: 그렇죠. 한국인 정서에는 습식 문화가 있습니다. 뜨거운 국물과 밥을 같이 먹는 문화가 있는데요. 빨리 후딱 먹으면서도 안에 있는 고명, 꾸미라고 그러죠. 꾸미들이 든든한 한 끼를 보장하는 완전체 음식이 국밥이 되겠습니다.

◇ 이현웅: 지금 우리가 콩나물국밥, 돼지국밥, 이렇게 살펴봤는데요. 애청자 분께서 "오늘 같은 날은 시원한 굴국밥이 당기네요"라고 보내주셨고요. "연말이 되니까 술 먹을 일이 많아져요. 해장에 좋은 국밥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렇게 물어보시기도 하네요.

◆ 이우석: 보통 국밥이라는 게 뜨끈한 국물이 같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해장이 됩니다만, 해장에 특화된 해장국들이 있습니다. 매생이국밥 같은 경우는 굴과 매생이, 겨울에 나는 두 친구가 뚝배기 안에 함께 들어가는 그런 모양새인데요. 매생이 굴국밥을 지금부터 시즌이 시작됐으니까 아침에 드시고 나면 속이 정말 편하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단백질과 수분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서 거뜬히 바로 다음 자리에서 한 잔 더할 수 있는 그런 초능력이 생깁니다.

◇ 이현웅: 해장을 하고 거뜬히 또 술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이요. (웃음)

◆ 이우석: 네, 그리고 콩나물국밥도 해장에 좋다는 성분은 다 들어 있어요. 단백질 부분은 아까 말씀드린 계란로 해결을 하고, 오징어젓갈도 있고요. 새우젓이 들어가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함과 동시에 시원한 콩나물에서 나오는 아르기난산이 주는 해장효과가 있습니다.

◇ 이현웅: 늘 소장님의 음식 설명을 들으면 참 고역입니다. 그러면 콩나물국밥, 돼지국밥 말고 또 다른 지역을 대표하는 국밥들 소개해주시죠.

◆ 이우석: 지역을 대표하는 국밥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각 지역마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국밥들이 많이 발달합니다. 그런데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사이 호남 쪽에서는 피순대 국밥 중이 있습니다. 순대에 거의 다른 부분은 안 들어가고 돼지의 혈액을 채워 넣어서 안이 정말 크리미한, 어떻게 보면 소스 같은 단팥 색깔의 피만 들어있는 순대가 있습니다. 그 순대 껍데기도 소창이 아니라 대창을 써서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씹는 맛이 좋은 암뽕순대라고 부르는데요. 그런 대창 순대에다가 선지만 채워 넣고 국을 끓이면 정말 그 시원한 맛이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의 감칠맛을 보장합니다. 그리고 경상북도 지방에서는 역시 소고기를 많이 다뤄서 소고기국밥을 많이 드시죠. 빨간 색깔이고요. 보통 이 지역의 어떤 지지정당도 빨간색이 많은데 국밥도 빨간색을 굉장히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고기와 무, 콩나물 같은 걸 썰어 넣고 끓이는데요. 어찌 보면 육개장 같기도 한데요. 육개장보다는 좀 더 맑고 시원한 맛을 내는 그런 국밥이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대구를 비롯해서 안동이든 근처 영천이든 어떤 지역을 가든 소고기국밥 정도는 정말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지역입니다.

◇ 이현웅: 안 들어가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서 우리 청취자 분들이 굴국밥 오늘 생각 많이 난다고 하셨거든요. 혹시 굴국밥으로 유명한 곳은 어디일까요?

◆ 이우석: 굴국밥은 역시 우리나라에서 굴이 굉장히 많이 나는 산지 두 곳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은데요. 충남 해안가랑 경남 해안에 있는 통영과 서산, 이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산도 있고요. 보령, 청북 이런 지역 있는데요. 이곳에 가면 굴국밥을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굴 산지에서 나기 때문에 굴을 아낌없이 많이 두둑하게 넣어주고요. 특히 통영식 같은 경우는 굴을 다져서 참기름에 볶은 다음에 거기다가 물을 붓고 나중에 굴 덩어리를 넣는 든든하고 감칠맛이 숟가락을 내려놓은 다음에도 한동안 떠나지 않는 그 정도의 맛이 제대로 들 대로 든 굴국밥을 드실 수 있는 곳입니다.

◇ 이현웅: 갑자기 궁금한 게 요즘 해외로 많이 못나가다 보니까 제주도 하는 분들 많거든요. 제주도에서 국밥을 즐기고 싶다면요?

◆ 이우석: 제주도 같은 경우는 대표 국밥이 많죠. 제주도 말로 순대를 '수애'라고 하는데요. 수애국밥이 있고요. 몸국이라고 있습니다. 몸이 모자반이라는 해초인데요. 돼지사골과 돼지살코기를 잘게 썰어 넣고 모자반을 넣고 끓인 해초와 돼지고기의 만남이 제주도에서 이뤄집니다. 그래서 굉장히 고소하고 구수하면서도 해초 특유의 감칠맛과 시원함까지 같이 품은 그런 국밥이 되겠는데요. 제주도에 가면 몸국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몸국 중에서 내장고기가 들어간 곳을 찾으면 약간 느끼하기 느끼실지라도 맛은 훨씬 좋습니다.

◇ 이현웅: 그게 오리지널이라고 볼 수 있나요?

◆ 이우석: 제주 전통 방식의 토속음식의 레시피를 따른 것이 내장고기를 넣은 몸국이죠.

◇ 이현웅: 그럼 메뉴판에 몸국이라고 쓰여 있어요?

◆ 이우석: 네. 몸국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 이현웅: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동안 잘 몰랐던 거라 그런지 그 메뉴를 못 봤거든요.

◆ 이우석: 몸국은. 보통 제주도에서 아래아를 써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ᄆᆞᆷ국'처럼. 그래서 제주 토속 음식을 파는 집에 가면 몸국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고요. 몸국을 드시고 나면 정말 이름처럼 몸이 든든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거뜬한 한 끼를 보장하는 토속국밥이 되겠습니다.

◇ 이현웅: 애청자 의견 보내주셨는데요. "부산 돼지국밥은 전구지 무침과 다대기 등등 모두 섞어 먹으면 정말 맛있죠"라고 해주셨습니다.

◆ 이우석: 거기다가 한 숟갈을 딱 뜬 다음에 곁들여 나오는 새우젓을 하나 딱 올리면 그 맛의 앙상블이 완전체가 됩니다.

◇ 이현웅: 오늘은 메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오늘은 딱 국밥 드시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우석: 고맙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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