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해법 '프라이카우프' 방식이란?.. 인권위 "도입 검토해야"

김명성 기자 2021. 11. 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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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이산가족 윤인순(88) 씨가 기획전시 '꿈엔들 잊힐리야-이산가족 고향사진전'를 관람하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2021.10.7/연합뉴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 동·서독처럼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위한 거래)방식을 적극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가 29일 공개됐다. 프라이카우프는 ‘자유를 산다’는 의미의 독일어로, 동독 공산정권에서 정치적 이유로 구금된 반체제 인사 등 정치범들을 서독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서독 정부가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시킨 사업을 말한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권NAP 권고 등 북한인권 관련 국가정책 분석 연구용역 보고서’가 제출됐다. 보고서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인도주의, 인권의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도록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과거 동·서독의 ‘프라이카우프’방식을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카우프 방식은 동독 정치범 석방과 그 가족의 재결합을 위한 동서독 간 비밀거래로 이 사업을 통해 모두 3만3755명의 동독 정치범이 석방돼 서독으로 갔다. 이후 정치범의 가족들도 서독으로 이주했는데 모두 25만여명이 가족재결합을 이루었다. 서독은 정치범과 가족 송환 대가로 동독에 비용을 지불했는데, 1963년 ~ 1977년까지 1인당 4만 마르크, 이후 1989년까지는 9만 5847 마르크를 지불했다. 이렇게 26년 간 프라이카우프로 서독이 동독에 지불한 비용은 모두 34억6400만마르크로 당시 환율로 4조원이 넘는다. 당시 동독에 지급된 예산은 서독 연방정부 재정이었지만 그 집행은 변호사와 교회를 통해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프라이카우프는 1963년부터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진행됐다. 서독 정부의 이런 정책으로 동독 주민들의 인권이 향상되고 고통을 덜어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국내에서도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과 만나 프라이카우프를 시도했다가 국내 반대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프라이카우프 방식이 검토된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초기 공약집에는 ‘한반도 프라이카우프 추진’이 담겼다가 나중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보고서는 “위와 같은 방식을 응용해 북한정부의 체면을 세워주고 경비를 남한이 부담하면서 이산가족의 교류를 추진하자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원칙으로 인도주의 우선, 남북 정치적 관계 초월, 북한의 호응 유도를 위한 유연한 접근을 견지하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소요되는 경비를 우리정부가 전액 부담한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3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북한이탈주민 인권 증진과 함께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의 인권 현안을 해결한다는 목표를 포함했으나 2019년 이후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상봉이 어려워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이산가족 교류 신청인은 전체 13만3530명이다. 이 가운데 8만6212명이 사망하고 4만7218명이 생존한 상황이다. 생존자 중에서도 70세 이상이 85.6%에 이른다. 90세 이상은 26.6%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하고 북한 가족을 만나지 못한 사망자가 올해에만 2258명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고향방문, 상봉 등 교류 방법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하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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