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국면서 마주한 '변이 끝판왕', 기댈곳은 '다시 백신'?

안정준 기자 2021. 11. 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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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이성철 기자 = 정부가 남아프리카 일대에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 8개국의 입국 제한 조치를 결정했다. 국내 입국을 금지한 8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말라위 등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 내부에 32개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어 16개의 돌연변이를 보유한 델타변이 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방역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최악의 방역 국면에서 코로나19(COVID-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경고등이 들어왔다. 아직 국내 유입은 확인되지 않았고 당국은 발원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대한 입국 제한에 나섰지만 우리도 오미크론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델타 변이보다 최대 5배 높은 전파력으로 무장한 오미크론에 대항할 카드는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중론. 델타변이가 확산하던 8월과 마찬가지로 백신이 최후의 보루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악의 변이' 등장…입국제한도 결국 '시간벌기'
29일 방역당국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현재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체코, 호주, 홍콩, 네덜란드 등 최소 12개국으로 확산했다. 이달 초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남부에서 첫 발생이 보고된 뒤 한 달도 못돼 급격한 속도로 번져나간다.

세계는 이미 방호벽 쌓기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아프리카 남부 발 여행객 입국을 제한키로 했고 홍콩도 아프리카 남부 8개국에서 오는 여행객 입국을 금지했다. 이스라엘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경 봉쇄에 나섰다.

오미크론 유입이 확인되지 않은 국가도 미리 입국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아프리카 남부 여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뉴욕주는 오미크론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우리나라도 남아공, 보츠와나,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경 장벽 구축도 새 변이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강해 여행 금지는 시간벌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국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라며 "입국 금지 조치를 확대해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오미크론의 강력한 전파력 탓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돌기처럼 솟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로 침투, 감염을 일으키는데 오미크론에서 변이가 발생한 스파이크 단백질은 32개다. 변이가 발생하지 않은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두배 이상이었던 델타 변이(16개)의 두 배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의 최소 2배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파력이 최대 다섯배라는 분석도 있다. 변이가 발생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두배인데다 각 변이마다 전파력을 결정하는 핵심 부위 중 하나인 '퓨린 절단'(furin-cleavage site)까지 2개 갖춘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를 지낸 에릭 딩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 연구원은 "변이가 2개 퓨린절단 부위를 갖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국경 봉쇄라는 초 강수를 두더라도 시간은 벌 지언정 빈틈은 생길 수 밖에 없기에 오미크론은 막강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결국 지역사회에 번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6주안에 백신 수정개발 가능하다지만…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날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309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요일 집계되는 일요일 발생 확진자 중 최다 규모다. 2021.11.29/뉴스1
입국제한에 이은 다음 대안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활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 상황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번져 국내에서 우세종이 된 시점은 최고강도 거리두기 조치가 발효된 8월이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2배 강한 전파력 탓에 삽시간에 번졌다. 당시 거리두기 조차 없었다면 더 빠른 속도로 퍼졌겠지만, 거리두기가 델타보다도 최대 5배 까지 전파력이 높다는 오미크론을 근본적으로 막을 대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게다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희생 끝에 이미 일상회복 단계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최고강도 거리두기를 부활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방역당국, 의료계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내년 초 도입되는 치료제도 아직 불안하다. 머크와 화이자의 치료제가 입원·사망률을 50~89% 줄여준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오미크론에도 이 같은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다. 머크 치료제는 입원·사망효과가 기존 50%에서 30%로 하향됐다는 점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토 결과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의료현장 적용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더 면밀히 봐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지적이다.

결국 남는 것은 백신이다. 의료계에서는 변이 대응 개발이 용이한 mRNA(메신저RNA) 백신에 주목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mRNA 기반 백신의 경우 한 두달이면 (새 변이에 대응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수정 개발이 필요할 만큼 오미크론에 대한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 확인되면 6주 안에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mRNA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를 만드는 유전자를 '설계도' 격인 mRNA 형태로 인체에 주입해 항체를 형성하는데, 스파이크 정보를 분석해 설계도만 바꾸면 쉽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백신 마저도 실제 수정 개발이 필요할 경우 이를 위한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결국 입국 제한과 필요할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 각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때"라며 "본인과 가족의 생명을 운에 맡기지 말고 백신을 접종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만남은 줄여여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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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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