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소현·시인 이제니·평론가 박혜진 '현대문학상'
소설가 정소현, 시인 이제니, 평론가 박혜진씨가 제67회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현대문학사가 29일 발표했다. 수상작은 정소현 ‘그때 그 마음’, 이제니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외 6편, 박혜진 ‘뿌리가 되는 꿈 ― 김숨의 예술가, 김숨이란 예술가’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 사이에 각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소설가 정소현(46)의 수상작 ‘그때 그 마음’은 유학을 준비하던 20대 시절 단짝이었던 두 여성이 20여년 만에 만나면서 드러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겁고도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정통 방식의 서술 기법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소설”(소설가 이기호) “인물의 내면에 이는 담담한 일렁임과 실패를 지켜보노라면 언뜻 무심하고 투박해 보이는 서술의 적층이 남긴 고독과 슬픔의 잔여물을 속절없이 받아들이게 된다”(소설가 편혜영) 란 심사위원 평가를 얻었다.
정소현은 수상 소감으로 “소설을 쓰는 동안 늘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지만, 길을 찾아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나면 이전보다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며 “그러나 지금의 나는 소설 밖으로 나와서도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어서 수상 소식이 각별하다”라 밝혔다. 정씨는 2008년 등단해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개정판 ‘너를 닮은 사람’) ‘품위 있는 삶’, 중편 ‘가해자들’을 발표했다.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 이제니(49)의 수상작인 ‘발견되는 춤으로부터’는 “사물의 표면을 물질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현상학적 지각의 장(field)을 뒤흔드는 시선”을 통해 “경험의 시선에서 시적인 언어의 시선으로 이동한다”(박상순 시인)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에 참여한 황인숙 시인은 “언어를 음률적으로 쓰는 데 독보적”이라며 “시각 이미지에 기울어져 있는 현대시에 익숙한 독자에게 시의 기원이 주술과 음악임을 새삼 깨닫고 만끽하게 하는 시”라고 평했다.
이제니는 “시를 써오는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의 안팎에 이미 있어왔던 색채와 형태와 목소리들을 향해 다시 새롭게 열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며 “한낱 먼지에 불과할지라도 각자 고유하게 아름다운 자리가 있다”는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씨는 2008년 등단해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를 펴냈고 ‘편운문학상’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평론가 박혜진(35)의 수상작 ‘뿌리가 되는 꿈 ― 김숨의 예술가, 김숨이란 예술가’는 에세이 형식으로 있음과 없음, 사라짐과 되살아남, 잃어버림과 얻음과 같은 변증법과 이중성을 특징으로 소설가 김숨의 작품을 분석했다. 심사를 한 이남호 평론가는 “설치미술의 예를 빌려 펼치는 있음과 없음에 대한 사유도 흥미롭고, 그 사유의 빛은 김숨 소설의 꽤 중요한 측면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며 “김숨 소설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지만 동시에 스스로 존재하는 한 편의 글”이라고 평가했다.
박혜진은 “평론은 존재감의 존재를 증명하고 뛰는 가슴을 입증한다”라며 “한 사람이 걸었던 길에 이정표와 표지판을 세우는 것도 평론의 일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박씨는 2015년 등단해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다.
상금은 각 1000만원. 시상식은 내년 3월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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