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프로님" 안 먹히자..이재용이 꺼낸 인사혁신 '뉴삼성 프로젝트'
삼성전자가 29일 단행한 인사제도 개편의 방점은 공정성에 찍혔다. 연차의 의미를 없애고 성과의 가치를 강화해 초격차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개편 과정을 직접 챙긴 만큼 새 인사제도가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직급별 표준체류기간 폐지다. 현재 삼성전자의 직급은 4단계(CL1~CL4)로 나뉜다. CL1은 고졸과 전문대졸 사원 CL2는 대졸 사원, CL3은 과장과 차장급, CL4는 부장급이다. 직급 한 단계를 올라서려면 통상 8~10년의 기간을 채워야 한다. 승진 연한이 사라지면 고성과자가 직급을 앞지르고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같은 기조는 임원 체계에서도 유효하다. 전무 직급은 폐지해 부사장으로 통합한다. 상무가 승진하면 곧바로 부사장 직급이 되는 셈이다.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는 삼성형 패스트트랙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CEO(최고경영자)를 제외한 임원을 '바이스 프레지던트'로 동일 표기하는 실리콘밸리 등의 기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급 간 벽을 허무는 동시에 다각도 평가를 토대로 하는 '승격세션'을 도입해 과감한 발탁 승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절대평가를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평가 제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동료평가제도 등도 새롭게 시행한다. 30대 임원, 40대 CEO(최고경영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행 삼성전자의 임직원 고가 평가는 5개(EX·VG·GD·NI·UN) 등급으로 구성된다. 상위 10%가 가장 높은 등급인 EX 등급을, 두 번째 등급인 VG 등급은 이후 25% 임직원에게 부여되는 식이다. 앞으로는 성과에 따라 누구나 상위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고성과자에 대한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EX)는 10%로 제한한다. 이론상으로는 90%의 직원이 VG등급을 받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동료 평가제도는 시범 도입으로 첫 발을 뗀다.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초 IT(정보통신) 업계에서 동료평가 도입을 발표했을 때 불거진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업계에서는 동료평가가 불공정할 가능성이 높고 서로에게 압박과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대평가를 실시했을 때 대다수 직원들의 만족도와 충성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고려했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하는 정기적 승진과 승급의 규모를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정기 승진을 주요한 인센티브로 썼지만 인사 적체가 심화되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 주축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복안으로도 읽힌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해 초 IT 업계에서 시작된 임금 인상 러시나 공정한 보상 요구는 재계 전반으로 확대됐다"면서 "MZ세대 눈높이에 맞는 기업 문화를 조성해 젊은 인재를 붙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부망의 직급과 사번 정보는 삭제하는 방안은 젊은 세대 직원들이 특히 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2017년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기존 '사원1·2·3-대리-과장-차장-부장' 7단계였던 직급체계를 축소, 현재의 직급 체계를 만들었다. 직원 간 호칭은 'OOO님'으로 통일하고 업무 성격에 따라 '프로' 등으로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계산이었지만 그간 내부에서는 '여전히 직급 서열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통적인 직급 체계는 사라졌지만 축소된 직급이 존재했고 서로가 알 수 있었다"면서 "단체 메일을 보낸다거나 서류를 작성할 때 직원들의 직급을 확인해 서열대로 나열하고 같은 직급이라도 입사 연차를 따져보는 등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삼성이 내놓은 인사제도가 이 부회장이 계획 중인 '뉴삼성'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분야의 직원들과 잇달아 소규모 간담회를 가지며 인사제도 혁신 방안을 구상했다. 직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경영진과 공유하며 혁신 방안을 여러차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리더들과 만날 때도 꾸준히 조직문화의 발전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최근 미국 출장 중 가진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영진과의 연쇄 홰동 때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육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때로는 심층적인 토론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이를 통해 얻은 조직개편 아이디어가 이번에 마련된 제도에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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