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한 겸손 미덕아냐.. 일만하는 '두어' 아닌 혁신 '싱커'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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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과한 겸손'은 미덕이 아닙니다. 열심히 일만 하는 '두어(doer)'가 아니라 조직을 혁신하는 '싱커(thinker)'가 되려면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국 문화에 익숙한 정 전 부사장 역시 상사의 칭찬을 들으면 '자신을 낮추기' 위해 "별것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요"라고 고개를 숙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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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넘으니…’펴낸 美콘텐츠 전문가 정승희 前비아콤 부사장
“韓유학생들 美기업 입사해도
리더로 살아남는 경우 드물어
남을 존중하고 자신 낮추기는
성과에 대한 공로 인정 못 받아
다른 세대 사고방식 포용해야
문화 차이 극복하고 조직융화”
“한국인의 ‘과한 겸손’은 미덕이 아닙니다. 열심히 일만 하는 ‘두어(doer)’가 아니라 조직을 혁신하는 ‘싱커(thinker)’가 되려면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최근 낯선 이국땅에서의 생존기이자 조직 내 성공비법을 담은 ‘문화를 넘으니 길이 보였다’(에스카사)를 출간한 정승희(사진) 전 비아콤 부사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지난 1999년 대학원 졸업 후 미국 MBA 유학을 떠난 그는 워너브러더스·NBC유니버설을 거쳐 미국 거대 콘텐츠 미디어 기업인 비아콤에서 11년간 일하며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미국 문화예술잡지 ‘뉴욕 스토리 S.CASA’에 연재한 글을 엮은 책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며 조직에 융화된 과정을 기록했다.
지난 26일 서울 문화일보에서 만난 정 전 부사장은 “성실하고 ‘스펙’도 훌륭한 한국 유학생들은 큰 어려움 없이 미국의 유수 기업에 입사해도 동료들을 지휘하는 ‘리더’로 살아남는 경우는 드물다”며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미리 이해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겸손’을 바라보는 미국과 한국 사회의 관점이 다르다고 했다. 영어사전은 겸손에 해당하는 ‘humility’를 ‘교만하거나 잘난 척하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반면 국어사전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에 방점을 찍는다. 한국 문화에 익숙한 정 전 부사장 역시 상사의 칭찬을 들으면 ‘자신을 낮추기’ 위해 “별것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요”라고 고개를 숙이곤 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반복하니 오히려 성과에 대한 정당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스스로 장점을 ‘어필’하지 못하는 자신을 무능한 직원으로 여기는 동료도 있었다. “겸손으로 일관하면 기계적으로 일하는 ‘두어’는 될 수 있어도 조직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 ‘싱커’는 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죠.”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정 전 부사장은 미국 생활을 통해 농구와 아이스하키를 사랑하는 ‘광팬’이 된 일화도 전했다. 미국에선 회의 시작 전에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듯 전날 밤에 있었던 스포츠 경기를 화제에 올리고, 큰 대회를 앞두고는 직원들끼리 가벼운 ‘내기’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는 “처음엔 대화에 끼지 못해 답답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부러 경기를 챙겨보고 관련 기사까지 찾아 읽고 가니 동료들이 다른 눈으로 쳐다보더라”고 전했다.
정 전 부사장은 이 책이 미국 기업 입사를 꿈꾸는 유학생을 위한 팁을 담았지만, 국내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유용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기업에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듯, 한국 회사에서도 다른 가치관을 지닌 ‘베이비부머 세대’와 ‘MZ세대’가 함께 일하잖아요. 다른 세대와 집단의 사고방식을 포용해야 조직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원칙입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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