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변이 때도 그랬다..오미크론 국내 유입 시간문제
일부 전문가들 "뮤 변이처럼 힘 못쓰고 그냥 지나갈 수도"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델타형(인도) 변이보다 전염력이 센 오미크론(Omicron) 변이의 출현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떠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보다 전염성이 더 높은지, 아니면 더 심각한 중증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델타 변이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외 방역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의 남아공 등 8개 국가에대한 입국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 변이는 결국 국내에 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남아프리카 외 다른 국가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국가를 경유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내국인에 대해서는 입국제한 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확진 판정받은 입국자들 모두 유전체 검사해야"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방역대책을 마련하기 전 바이러스가 손을 쓸 수 없게 퍼져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질병관리청에서 3~4일이면 바이러스 유전체를 모두 분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검체를 수집하고,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방역당국에 보고되는 데 까지는 2~3주가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오미크론 감염자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 뿐 아니라, 현재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바이러스를 모두 검사해 변이를 추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전날(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분석은 최근 4주를 기준으로 15.1%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확진자의 15%만이 어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했다는 의미로, 확진자의 85%는 자신이 델타, 알파, 오미크론 등 어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모른다는 의미다.
백순영 카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서는 감염여부에 대해서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이 델타변이에만 감염이 됐는지, 오미크론 변이도 함께 감염됐는지 알 수 없다"며 "덴마크의 사례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덴마크는 확진자 모두에게 유전자 전장 검사를 실시해 어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바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모든 확진자에 대해서 유전체 분석 검사를 하는 것은 비용적, 시간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 해외에서 입국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내국인을 상대로 유전체 분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검역단계에서 잡지 못한 환자들이 '조용한 전파'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도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진단검사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검출되지 않았다. WHO 역시 "현재까지 알려진 증거는 다른 우려 변이에 비해 변이체 재감염 위험이 증가한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8월 남아메리카에서 유행한 '뮤'(Mu)변이 바이러스(B.1.621)처럼 국내에 들어왔으나, 확산되지 못하고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뮤 변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센 델타변이가 우리나라에 이미 우세종으로 자리잡아 버렸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 6월, 7월에 각각 뮤 변이 환자가 1명씩 발생했는데, 지난 9월 이후에는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델타'보다 백신·항체치료제 효력 더 안들을 가능성 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강하고, 백신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변이가 많을수록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토대로 만든 백신이 힘을 못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유전자에 50개 이상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32개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몰려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16개 돌연변이가 발생한 델타 변이와 비교해 훨씬 위험하다.
백순영 교수는 "지금의 예방접종 효과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즉 추가접종을 하더라도 돌파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델타, 오미크론 변이를 둘다 예방할 수 있는 '개량백신'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많이 일어날수록, 기존에 개발된 백신, 항체치료제가 효과를 못 볼 가능성이 크다"며 "델타 변이도 기존에 발견된 바이러스에 비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많이 생기면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효과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효과가 너무 떨어지면, 오미크론 변이주를 기초로 백신, 치료제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델타'보다 증상 경미할 수도…백신 접종, 방역수칙 준수는 꼭 필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대부분 경증 증상만을 보인 것으로 고려하면, 감염이 된다고 할지라도 치명률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은 비교적 경미한 증상을 앓고 넘어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먼저 국가백신자문위원회에 신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앙젤리크 쿠체 박사(남아프리카 의사협회 회장)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된 환자 (상태가) 비교적 경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족 구성원 4명이 모두 '극심한 피로'라는 공통된 증상을 보이자, 방역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 환자는 대부분 극심한 피로를 느꼈다. 감염된 6세 어린이는 갑자기 심박수가 높게 올라가고 열이 났다"며 "치료 후 이틀이 지나자 증상이 나아졌다. 그러나 치료한 모든 환자들에게서 맛을 못 느끼거나,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미크론에 감염된 환자 20명 중 절반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며 "고령층, 백신 미접종자는 어떤 변이가 오더라도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당뇨와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새로운 변이체는 더 치명적"이라며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순영 교수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백신미접종자,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 소수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했던 남아프리카의 백신 접종률이 20%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남아프리카와 우리나라에서의 전파 상황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건강한 성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병을 크게 앓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만, 고령층·기저질환자는 매우 치명적"이라며 "추가접종을 받고 바이러스 노출을 최소화해 대유행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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