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조중동 신방복합체, 10년의 불편한 진실
[미디어오늘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폭력적 처리. 그 말은 분개를 자아내기 십상이다. 그 말 앞에 '사과한 뒤'를 붙이면 분노마저 부걱부걱 일어날 성싶다. 조선일보가 특정 대선후보를 겨냥한 사설 제목을 보자. “사과 큰절 뒤 폭력적 법안 처리 주문”이다. 당에서도 “공포”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의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발목 잡으면 뚫고 가야하고 책임 처리, 신속 처리가 필요하다”고 한 말을 조준했다. 사설은 이어 이 후보를 “독재”와 “독선”으로 덧칠했다.
쓴웃음이 나온 까닭은 마침 조중동 신방복합체 개국 10년을 맞고 있어서다. 새삼 강조하거니와 신방복합체는 '폭력적 법안 처리'의 산물이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도 인정했듯이 “위법적 처리”였다. 물론 조선일보는 '폭력'이라 개탄하지 않았다. 날치기와 위법을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로 언구럭 부렸다. 당시 민주당은 자신들이 국회에서 다수당이 되거나 정권을 되찾으면 미디어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다짐하며 유권자의 표심을 한껏 자극했다.
하지만 어떤가. 촛불혁명으로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거머쥐고도 개정은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차분한 복기가 필요하다. 불편한 진실과도 마주해야 옳다. 조중동 신방복합체 등장의 근거가 된 법이 '폭력적 처리'된 뒤 겨우 석 달 만이다. 민주당에 해괴한 흐름이 감지됐다. 재보선 결과에 흡족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좌와 우의 이념 논쟁을 초월하겠다”며 “보수진영 정책도 채택할 건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나는 칼럼 “민주당의 축배와 독배”(한겨레, 2009년 11월)에서 “중심 없는 좌우 초월은 우왕좌왕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곧이어 한겨레는 “조폭언론 일망타진” 제목의 정연주칼럼을 실었다. 노무현 정부시절 KBS사장이던 그는 폭력적으로 처리된 “미디어법 체제로 탄생할 '조중동 방송'이 '죽음의 덫'이 되어 방송의 모태인 조중동 신문까지 함께 껴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그 결과는 일망타진이라고 단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년이 지나서도 “조폭언론 일망타진2”(2011년 1월)를 썼다. “종합편성 채널 4개를 허용한 지금, 그 생각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그들이 망하는 건 자본주의 시장의 자연스러운 질서라고 주장했다.
참 소박한 논리에 곧장 반론을 펴고 싶었지만 지면이 없었다. 조중동 일망타진을 주장한 정연주칼럼은 내가 써온 칼럼을 대체해 들어간 첫 글이었다.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조폭언론 일망타진'의 글은 조중동 신방복합체에 경계의식을 상당히 무너트렸다. 기실 더 결정적 변수는 손석희다. JTBC가 공영방송에서 청취자의 사랑을 듬뿍 받던 손석희를 '스카우트'하면서 채널 인지도를 빠르게 높여갔다. 당시 박근혜 정부 아래 KBS, MBC가 제 구실을 못했기에 더 그랬다. 손석희의 활약으로 조중동 신방복합체에 대한 민주진영의 거센 비판여론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개인 손석희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자본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이제 민주당 당직자들은 물론 '진보 논객'들의 얼굴을 JTBC는 물론 TV조선, 채널A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다.
사적 인연들이 얽혀 쓰고 싶지 않은 글을 꾹꾹 적는 까닭은 애오라지 하나다. 조중동 신방복합체를 이대로 두어도 과연 좋은가라는 물음을 우리 사회의 뜻있는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신방복합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식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정확히 직시할 때, 신문과 방송의 분리―세 종편의 독립―여론이 다시 꿈틀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정책에 발언권이 있을 정연주가 그의 예견과 달리 되레 막강해진 신방복합체에 침묵해왔기에 더 그렇다. 신방복합체 사주들의 힘은, 대한민국 자본의 힘은 정연주나 손석희의 생각보다 무장 강력하고 치밀하다. 민주당도 그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조중동 신방복합체가 '조선동아 100년'처럼 앞으로도 우리 민족과 민중의 삶에 벅벅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면 상상해보라. 얼마나 끔찍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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