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으로 지방대 붕괴 직전" 거리로 나선 대학노조

부산CBS 박진홍 기자 2021. 11. 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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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저출산으로 학생 감소, 있는 학생은 수도권으로 몰려
대학정원 미달 가속화…3년 뒤 10만 명 미달 예상
"대학 구조조정 정책으로 지역 교육 불평등 심화" 지적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도입·사회적 논의기구 마련 등 제시
29일 전국대학노조 부산경남지역본부가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정치권에 지방대 소멸을 막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출산율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로 생존 위기에 처한 부산·경남지역 사립대 교직원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대학 행정직원들로 구성된 전국대학노조 부산경남지역본부는 29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대는 소멸 위기에 놓였으나 정부와 정치권은 대책은커녕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역에는 인재가 부족해 기업들이 떠나가고, 지역에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은 살아남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려간다"며 "수십 년간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줄세우기식 대학 평가와 일시적 지원 정책만 답습해 오히려 수도권 집중과 지방대 붕괴가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3년 뒤 대학정원 10만 명 미달…수도권 집중 가속화

 
노조에 따르면, 올해 전국 대학정원 45만 명 중 미달 인원 4만 명은 거의 지방대에 집중돼있고, 미달 인원 중 2만 8천 명은 전문대로 파악됐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학정원 미달은 점점 가속화돼 3년 뒤인 2024년은 정원 10만 명 미달이 예상된다.

정원 미달은 대학 수익 감소와 직결된다. 전국 대학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는 대부분 주요 재정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전국대학노조 박넝쿨 부산경남지역본부장은 "학생들에게 지방에 가고 싶은 대학이 있냐고 물어보면, 부산 경남에는 갈 대학이 없다고 답한다"며 "불과 몇 년 뒤에는 수도권 대학만 정원을 채우고 지방대는 대부분 문을 닫게 되는데, 이는 곧 지역 소멸로도 이어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20년 전부터 예측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저출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은 누구든지 자신이 사는 곳에서 행복하게 생활할 권리가 있는 만큼, 지방대를 살려 지역을 살리는 근본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김재남 부산본부장은 "부산의 인구 유출이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달려가는 상황을 단순히 학생 수 감소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그간 정부는 성과 위주의 평가를 통해 살아남는 대학만 지원한다는 구조조정 정책으로 대학 서열화를 불러왔고, 정부가 예산지원을 수도권에 집중해 지방대는 연구와 강의보다는 생존에 매달리면서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과 도시는 운명공동체로, 부산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며 "정부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전국의 대학이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게 해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9일 전국대학노조 부산경남지역본부가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정치권에 지방대 소멸을 막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초중고는 예산 남는데…"교육교부금, 대학으로 확대해야"


노조는 '지방대 붕괴'를 막을 대책으로 우선 안정적 재정지원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내국세의 20%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해 지방 초·중등 교육에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는 59조 6천억 원이 편성됐다.

문제는 초중고 학령인구 감소로 예산이 남아 올해도 수조 원을 이월하는 처지인데, 교부금 지원 대상이 아닌 대학은 오히려 지원이 부족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법 개정으로 교부금 대상을 고등교육으로까지 확대하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미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 등은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하는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확보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노조는 "현재 고등교육 연간 예산 11조 원 중 국가장학금 4조 원과 국립대 운영 예산을 제외하면 사립대에 지원하는 예산은 매우 부족한 형편"이라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시행하면 지금처럼 사립대가 등록금에 의존하고, 학생이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 수 급감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대책을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대학노조 김병국 정책실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시간은 길어 봐야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며 "지방대 위기를 해결하고 대학의 공공성을 어떻게 더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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