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아시안 아티스트 '보이지 않는 벽' 넘어서겠다"
"공연하면서도 '꿈인가' 생각
있어야 할 곳에 돌아온 느낌
그래미 본상후보 불발됐지만
음악 발전시켜 계속 도전할 것"
로스앤젤레스(LA)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글로벌 스타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방탄소년단(BTS)가 한국 아티스트 앞에 놓인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출신 가수로서의 고충은 물론, 미국 사회 내 아시안 혐오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 BTS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BTS는 28일(현지시간)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LA’ 공연 2일차를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2년 만에 열린 대형 오프라인 콘서트에 대해 벅찬 소감을 밝혔다. 멤버 슈가는 “공연을 하면서 이게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에 만난 팬들은 물론 콘서트에 오지 못한 아미(Army·BTS 팬클럽)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BTS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직 일상의 삶을 회복하지 못한 이들에게 응원 메시지도 전했다. 멤버 지민은 “무대에 다시 서니 우리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다른 분들도 코로나19 문제를 극복하고 최대한 빨리 모두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그룹이지만, BTS는 이번 간담회에서 한국인 아티스트로서 넘기 힘든 벽이 여전히 미국에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를 넘어서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리더 RM은 이날 “한국에서 시작한 아티스트로서 우리의 정체성, 언어의 한계점 등에서 비롯된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며 “음악과 퍼포먼스를 발전시켜 이 장벽을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BTS는 최근 미국 음악계 최고 권위의 상인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2년 연속 ‘베스트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상에 또 다시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두고 외신들을 중심으로 그래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A 타임스는 “글로벌 팝 돌풍을 일으킨 BTS가 블록버스터급 한 해를 보냈는데도 1개 부문 후보에만 오른 것은 넌센스”라며 백인 중심의 보수적 평가 방식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멤버 진은 기자회견에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처럼 좌절하지 않고 그래미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BTS는 한국인을 넘어 아시안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RM은 “우리는 아시안 증오 문제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우리 자신들도 지금까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많은 장벽들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더 크게 성공해 아시아인들에게 힘을 전하고 인종차별 문제 해소에도 일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RM은 “우리가 하는 음악과 퍼포먼스, 이룰 통한 각종 수상이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아시아인들에게 힘이 된다면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아시안 혐오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글로벌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한 BTS의 변함없이 겸손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로벌 기자회견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한 외신 기자가 “많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진정성과 겸손함을 유지하는지 궁금하다”고 묻자 멤버 제이홉은 “우리는 성공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삶과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면서 노력을 하면 결과가 따라오고 평정심도 유지된다”고 답했다. RM은 “성공을 100%라고 하면 아미를 비롯한 팬덤의 몫이 50%, 멤버들 7명이 각자 5% 나머지 15%는 하이브와 빅히트의 결과물”이라며 “내가 만든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늘 겸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2회차를 맞은 이날 BTS 콘서트 역시 전날에 이어 소파이 스타디움 4만 7,000석이 가득 찬 상태로 공연이 진행됐다. BTS LA 콘서트는 12월 1, 2일까지 총 4회 일정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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