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최초 '마을역사관' 인기

2021. 11. 2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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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앵커>

빠른 개발로 인해 옛 마을 모습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정겨운 예전의 지역사회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을 역사관이 대전에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박혜란 국민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박혜란 국민기자>

(대전시 서구)

이곳은 개발이 한창인 대전시 관저동 일대, 아파트와 상가 건물이 빼곡히 들어찼는데요.

원래 이곳은 농촌 마을이었던 곳, 지금은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 이창재 / 대전시 서구

“옛날에는 뻘건 (민둥) 산이고 시골이었는데 50, 60년 만에 참 (많은) 변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문을 열자마자 운영이 중단됐던 관저마을역사관, 1년 만에 문을 열어 지역의 변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 전시를 열었습니다.

1970년대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 모습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현장음>

"처음 관저동에 이사 왔을 때는 여기가 다 논밭이었거든요"

인터뷰> 정귀옥 / 대전시 관저마을역사관 해설사

“'옛날에 이런 때가 있었지' 이런 추억을 되새기면서 관람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하고요.”

겉모습이 카페 같은 마을역사관, 관심 있는 주민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좋은 것 많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습니다"

관장님이 반갑게 맞으며 오래된 흑백 사진에 대해 직접 설명합니다.

현장음> 정재홍 / 관저마을역사관장

"가수원초등학교가 1941년도에 개교했는데"

"그때는 간이 학교로 개교했어요"

방문객은 옛 사진 속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 소중한 자료에 놀랍다는 표정입니다.

현장음>

"이게 우리 학교네, 우리 아이들이 보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학교 운동회 모습을 담은 사진이 눈길을 끄는데요.

마을잔치 분위기였던 그때 그 시절이 정겹기만 합니다.

인터뷰> 황선옥 / 대전시 'ㄱ' 초등학교 교사

“제가 보고 느낀 것과 자료를 가지고 직접 아이들과 수업할 때 활용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주민들이 쓰던 다양한 생활 물건도 볼 수 있는데요.

농기계부터 재봉틀, 등잔대까지.

구경 온 주민들은 마치 시골 어머니 집에 온 듯합니다.

현장음>

"이거 우리 시골 가면 옛날에 엄마네 집에서 본 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것들을 보면서 놀라기도 합니다.

현장음>

"옛날에는 숯불 다리미로 이렇게 다림질을 했나 봐요"

이곳 마을역사관은 대전의 한 사회적기업이 구상해 자료 수집을 했습니다.

전화인터뷰> 김진호 / 모두의 책 협동조합 대표

“출판사를 하면서 마을 기록을 하다 보니까 이제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마을과 관련된) 것들을 한군데 모아서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평소 외국어를 가르치는 정재홍 관장이 선뜻 자신의 공간을 제공했는데요.

벽에 걸린 마을 지도는 관장이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직접 그려서 만든 것.

들판과 냇가, 그리고 정겨운 마을 이름이 보입니다.

현장음> 정재홍 / 관저마을역사관장

"초가집이 한 10채 있었는데 거기에 제가 살았어요"

관장이 직접 쓰던 손때묻은 카메라와 카세트테이프가 한편에 전시돼 있는데요.

주민들이 집에 보관하다 기증한 물건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정재홍 / 관저마을역사관장

“나 혼자 보기보다 여기에 놓고 여럿이 보면 좋지 않겠느냐, 그래서 (주민들이) 한 점 두 점 가지고 오시더라고요.”

지금은 대학병원이 들어섰지만 예전 연인들의 만남의 장소를 보여주는 빛바랜 사진, 한 방문객이 아련했던 추억을 되살립니다.

인터뷰> 서정수 / 대전시 서구

“아내랑 데이트하던 곳이라 새록새록 생각이 많이 나고 감개무량합니다.”

하지만 규모는 작아도 관장 혼자 힘으로는 유지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 마을 통장 20여 명이 청소부터 해설까지 돌아가면서 시간 기부를 하며 꾸려나가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정재홍 / 관저마을역사관장

“돈 같은 게 들어가는데 개인이 하려니까 너무 힘들어서, 이런 것은 앞으로 구·시나 이런 곳에서 맡아서 해 주셨으면...”

(촬영: 양만호 국민기자)

현실적인 고민 속에서도 마을 기록을 발굴 보존해 마을의 자산으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인데요.

대전에서는 유일한 마을역사관인 만큼 그 존재감이 크기만 합니다.

옛 모습이 하나둘 사라져 가는 요즘, 이곳 마을 역사관이 과거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고 공동체 문화를 이어가는 중심적인 공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국민리포트 박혜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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