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단 말 한마디 어렵나"..근로정신대 할머니 '울먹'
"韓 소멸시효, 日 경제보복 등..양국에서도 협조 필요"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76년을 기다렸는데 사죄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다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3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배상은 이뤄지지 않고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가 일본 측의 빠른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29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사단법인 일제 강제동원 시민모임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중공업은 2018년 11월29일 대법원 판결 이후 꼭 3년이 지났으나 사죄의 말은 커녕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쓰비시가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우롱하는 사이 원고 5명 중 2명(김중곤·이동련)은 고인이 되고 말았다"며 "고인이 살아계실 때 사죄의 기회가 있었지만 전범기업 미쓰비시는 이마저도 뿌리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소멸시효를 법으로 두고있는 대한민국과 경제보복으로 '훼방꾼'이 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단체는 "일본 정부는 기업들을 강압해 판결 이행을 가로막는가하면 '한국 경제의 숨통을 끊어 놓겠다'며 무도한 경제보복 조치까지 취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불법행위를 늦게나마 바로잡자는 것인데 일본은 난데없이 판을 엎겠다며 한일관계를 파탄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백번 자숙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 정부가 개별 기업에 부과된 배상 명령까지 막겠다니 참으로 심보가 고약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 3년이 넘도록 배상이 지체되고 있는 데에는 우리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 차원의 소송이 아닌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손을 놓고있는 데다 '소멸시효' 국내 법이 배상에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이다.
시민모임은 "일본으로부터 후생연금 99엔을 받아오는 것도 피해자의 몫, 소송도 피해자의 몫, 그것도 부족해 이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들의 숨은 재산 찾기까지 전부 피해자의 몫이어야 하냐"며 "우리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호통을 쳤다.
또 시민모임은 일본 가해 기업의 몰상식한 태도의 근원이 대한민국 '민법 제766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민법 제766조 1항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난 후 3년이 지나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소송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법 조류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의 경우에 있어 효과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는 한 소멸시효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5년 유엔총회가 채택한 피해자 권리장전에 의하면, 시효규정은 국제법상 범죄를 구성하는 국제인권법의 총체적 위반과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법 조류에도 소멸시효에 관한 국내 현행법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기회는 영원히 봉쇄될지 모른다는 게 시민모임의 우려다.
이날 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 14살 나이에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도 눈물로서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직접 종이에 '사죄하라'는 문구를 적은 뒤 이를 보이며 "미쓰비시 사죄하라! 용서를 빌라"고 외쳤다.
양 할머니는 "국민학교 6학년 때 일본인 교장이 '공부를 잘한다'며 일본에 보내준다고 했다. 손을 들지 않자 '네가 손을 안 들면 누가 드냐'며 일본에서 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벌게 해준다고 해 일본에 가게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에 가서 그 모든게 거짓인 줄 알게됐다. 참말로 2년동안 숱한 고생을 했고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며 "일본은 사죄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 양심이 있으면 잘못했다고 뉘우치고 사죄 한마디라도 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광복 후 76년이 지났다. 일본을 상대로 첫 소송을 한 1992년 이후로는 내년이면 30년이 된다"며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다. 개인으로서 빼앗긴 존엄과 명예를 되찾기 위해 꼭 사죄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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