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살해' 김병찬, 경찰 신고에 앙심 품고 계획적 범행.. "흉기 검색"

이학준 기자 2021. 11. 2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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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차 신고되자 보복 심리에 따라 범행"
접근금지 통보되자 인터넷어 흉기·법행방법 검색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35)씨가 자신이 경찰에 신고된 것에 앙심을 품고 계획적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조치를 받은 이후 인터넷에 흉기와 범행방법 등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보복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상해, 주거침입, 특수협박, 협박, 특수감금 등 8개 혐의를 받는 김씨를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김씨는 “잘못된 걸 대화로 풀기 위해 피해자를 만나러 간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가서 얘기하다 보니 욱해서 그렇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스토킹 신고를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를 살해할 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기도 했다”면서도 “11월 7일 있었던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판단해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소지하고 있던 스마트 워치에서 경찰관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에 흥분한 김씨가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객관적으로 확인이 안됐다”며 “그게 (살해의) 직접적 이유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경찰은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김씨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김씨는 피해자로부터 2차 신고를 당해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를 받은 지난 7일 이후 인터넷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흉기와 범행 방법 등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피해자와 헤어진 뒤 5개월 동안 피해자를 스토킹했다. 접근금지 등 통보를 받은 이후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있다가 범행 전날인 지난 18일 서울로 올라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가해자·피해자 분리를 위해서는 결국 잠정조치 4호를 하든지 신병을 구속할 수밖에 없다”며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4호를 우선 고려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에게 1~4호에 해당하는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경찰서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4호가 가장 강력한 조치다. 김씨에게 내려진 잠정조치는 2·3호였다.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 A(3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김씨와 마주치자 지급 받은 스마트 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엉뚱한 위치가 전달돼 혼선이 빚어졌다. 경찰이 다른 장소에 출동한 사이 A씨는 흉기에 찔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경찰이 A씨를 발견한 것은 신고를 접수한 지 12분 만이었다.

A씨는 김씨와 헤어진 이후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며 다섯 차례에 걸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첫 신고는 지난 6월 26일이었다. A씨는 “김씨가 짐을 가지러 왔다면서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전이라는 이유로 김씨를 지하철 역까지 격리시키고 경고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7일 경찰에 두 번째 신고를 했다. 경찰은 A씨를 임시숙소에 머무르게 하고 법원에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을 이용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다만 경찰은 김씨가 임의동행 등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김씨를 입건하지 않았다.

A씨는 다음날 “짐을 가지러 가야 한다”며 경찰에 동행을 요구했다. 경찰은 A씨와 동행한 뒤 집 비밀번호를 바꾸고 김씨가 소지하던 집 카드를 회수했다. A씨에게 스마트 워치도 제공했다.

A씨는 지난 9일 “김씨가 회사에 찾아왔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네 번째 신고를 했다. 마지막 신고는 사건 당일인 지난 19일이다.

A씨 가족들은 경찰이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김씨와 함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달라고 요구했다며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오전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개를 숙인 채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요청은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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