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투표 시대...과도한 ‘밀당’ ‘주접’에 분노하는 까닭 [미디어 공헌, 김정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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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호’가 출범했다. 사실 출범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선거 후보가 된 지 20일이 넘도록 닻을 올리지 못한 선거대책위원회는 과연 어떤 그림을 내놓을 것인지, 여·야 진영을 넘어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오랜 ‘밀당’ 끝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염두에 둔 듯 ‘총괄 선대위원장직’ 자리를 비워두고, 고위직 배치를 마친 불완전한 모양새로 닻을 올렸다.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의 합류 여부를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필자는 둘 사이의 과도한 소모전과 언론의 과한 보도가 못내 불편했다. 왜 둘 사이의 언사가 언론에 일일이 소개되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어디 필자뿐이랴, 그들이 보여준 오랜 소모전에 국민적 피로감이 극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경륜 넘치는 정치인이라 해도, 설령 윤 후보의 정치 경험이 전무해 도움이 절실하다 해도 말이다. 언론에 노출된 이들의 거친 언사와 미묘한 신경전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대선이라는 국가 대사를 앞두고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면 힘겨루기를 그리 요란하게, 그리 오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내년 대선에 거는 국민에는 기본 예의가 없는 처사로, 그저 ‘왕이 되고 싶은 자’와 ‘왕을 만들려는 자’의 탐욕이 언뜻언뜻 보일 뿐이다.
혹시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분명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역병으로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힘든 상황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과 소명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낡은 여의도식 정치가 만능이던 시대가 아니다. 기존의 낡은 정치 공학을 상징하는 인물 한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젊은층에서는 ‘이익투표’라는 말이 회자, 공감을 사며 기성 정치에 혐오를 보이는 실정이다. ‘어떤 후보가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바꿔 줄 것인가’를 애달프게 ‘저울질’하는 절박한 시대인 것이다. ‘이익투표 시대’에 걸맞게 시대가 요청하는 공약과 비전을 내놔도 모자랄 판에 지리멸렬한 기 싸움 놀음이라니... 이를 지켜봐야 하는 유권자의 분노가 감지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위원장 외에도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 등 지휘부에 임명된 이들도 참신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세평이 지배적이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소속 27세 젊은 대변인이 윤석열 선대위 구성과정에 대해 “활력이 넘치는 신선하던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라고 한탄했을까?
김 전 위원장의 합류 여부를 둘러싸고 시시콜콜 거친 언사를 여과 없이 생중계하듯 보도하는 언론도 한심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임받은 언론, 특히 거대 언론은 소모전을 벌이는 양 인물에 대해 비판과 성찰을 촉구하지는 못할망정 대선판을 아예 ‘연예인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뉴스를 소비하며 본의 아니게 구경꾼 역할을 해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든다. 관객인 국민 모독이 따로 없다. 특히 둘 사이에 오가는 거친 언사, 윤 후보의 “그 양반...”이라든지 김 전 위원장의 “파리떼, 자리 사냥꾼”도 모자라 최근에는 “주접떨어 놨던데…”라는 언사를 일일이 접해야 하는 국민의 자괴감과 피로감은 지난 24일 저녁 만찬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절정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2주가 넘도록 김 전 위원장은 연일 밀당식으로 윤 후보를 압박하며 흔들었고, 윤 후보 역시 선대위 인선에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국민적 실망과 빈축을 자초했다. 대권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품격과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이에 실망한 여론은 냉담하다 못해 싸늘하게 바뀌고 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어떤 후보가 내 삶에 더 이익을 주고 조금이라도 바꿔 줄 것인지, 진영 논리보다 이익투표가 공감을 사고 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과도한 힘겨루기를 둘러싼 국민의 분노를 쉬 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엄중한 시국에 과거의 거물급 정치인 몇이 선거판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오락가락 윤 후보와 달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보여주고 있는 반성과 실용주의적인 쇄신이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거물 정치인 몇이 아니라 실용적인 정책과 쇄신이 있는 곳에 표심과 승리가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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