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편든다' 소리 들을 줄이야.. 차별 없이 보려고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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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시간, 피구를 하던 남학생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공으로 얼굴을 맞히면 무효라고 해서 그런 거지 여학생이라고 편든 게 아니야." 나는 남학생에게 피구 시합에 앞서 정한 규칙을 언급하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아이들 문화를 살펴보면 여전히 남학생과 여학생, 서로를 구분 짓고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남녀 차별 운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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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합니다 - 대구 욱수초교 제자들에게
“선생님, 여학생들만 편들어 주는 거 아니에요?”
체육 시간, 피구를 하던 남학생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공으로 얼굴을 맞히면 무효라고 해서 그런 거지 여학생이라고 편든 게 아니야.” 나는 남학생에게 피구 시합에 앞서 정한 규칙을 언급하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남학생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남학생의 말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평소 유난히 여학생에 대해 억울한 감정이 많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학기 초 남학생의 어머니와 상담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저학년 때부터 유독 여학생과 많이 다퉜어요. 그때마다 선생님들이 여학생만 편들어 주는 것 같다고 억울하다고 하더라고요. 해마다 여학생들이랑 사이가 안 좋다 보니 저도 늘 신경이 쓰여요.” 남학생의 어머니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힘겨운 마음을 끄집어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때를 떠올려 보면 벌써 30년이 지났는데도,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남학생과 여학생들은 섞이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만들며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전반적인 아이들 문화를 살펴보면 여전히 남학생과 여학생, 서로를 구분 짓고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남녀 차별 운운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이러한 생각을 한 걸까? 분명히 아니다. 어른들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의 생각이 스며든 경우가 많다. 말이나 행동은 가르치기도 하지만, 생각이나 가치관은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스며들어 정서가 된다. 그런 점에서 남녀 차별, 인권 침해와 차별 등에 대한 어른들의 가치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더욱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아이들에게 남녀 차별을 하면 안 된다,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기보다 어른들이 먼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는 ‘여성 혐오, 페미니즘, 미투(Me Too), 금수저, 흙수저, 다문화가정, 새터민’ 등의 단어를 떠올려 보면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차별의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 상황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큰 울타리를 품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면 어른들의 생각부터 확장시켜야 한다.
남녀 차별, 혐오 문제, 인권 침해와 차별, 이러한 문제들과 결별하기 위해 생각을 전환해 나가려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 조금씩 다르고 서로 다른 추억과 꿈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이수진 대구 욱수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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